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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찰나에 담긴 세계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angudae3.jpg
저작권 Ulsan Petroglyph Museum
울산 언양에는 선사시대의 숨결이 담긴 반구대 암각화가 있습니다. 수천 년 전, 누군가는 손에 쥔 도구 하나로 단단한 바위에 고래와 사슴, 사람과 사냥의 장면을 정성껏 새겨 넣었습니다. 그 오래된 바위그림은 여전히 제자리에 남아 당시의 삶과 세계관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방대한 분량의 조선실록 등 무엇이든 남기기를 좋아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암각화는 어찌 보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정보 저장 방식 인 셈이지요.
현재 우리는 종이, 자기 테이프, CD, USB를 넘어 구름 (클라우드) 위에 모든 걸 맡기는 세상이 되었고 작은 칩 안에 담기는 정보의 양과 이를 처리하고 전달하는데 걸리는 짧은 시간을 보다 보면 기술 발전 속도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또 한 번의 새로운 정보 혁명을 맞이 하고 있습니다. 그 혁명을 이끌고 있는 두 축은 인공지능과 양자 정보이며, 이 두 기술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관심으로 세상이 들썩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 ‘양자 정보’란 게 사실 저장시간이 고작 수 초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수천 년을 버틴 암각화와 비교하면, 기술 발전 방향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갸웃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건, 수 초 정도의 짧은 찰나 속에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자 정보는 기존의 정보 기술처럼 단순히 '더 빠르게, 더 많이'가 아닙니다. ‘큐비트’라는 새로운 정보 단위를 통해, 정보는 0이나 1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닌 여러 가능성의 상태로 표현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정보 처리, 전달, 측정 개념을 제시합니다.
물론,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실상 실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소재, 소자위에 미세한 패턴을 새기고 하는 일들은 단단한 바위에 그림을 새기는 노력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때론, 오래전 암각화를 새기던 이처럼 ‘지금 당장 쓸모없어 보이는’ 일을 하고 있다는 오해와 핀잔을 받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옛날 누군가가 돌에 남긴 삶의 기록이 지금의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듯이, 우리가 남기는 실험과 기록들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대의 이야기’로 들리게 될 거라 믿습니다.
quantum wave는 그 이야기들이 모여 만드는 물결이 멀리 멀리 퍼져 나가기를 꿈꿉니다. 이 작은 시작을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