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연구실

“양자물리학을 양자정보의 언어로 다시 읽다”

한양대학교 양자정보 연구실(이진형 교수)

※ 본 이미지는 미드저니(으)로 제작되었으며 퀀텀웨이브에서 가공하였습니다.

  • 탐방연구실 한양대학교 양자정보 연구실(이진형 교수)
  • 글 작성 QISCA 학생기자단 : 백원준(연세대학교) / 전재민(고려대학교) / 표재영(광운대학교) / 김도겸(한양대학교)

2026년 5월 21일, QISCA 학생기자단은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 연구실을 방문했다. 이번 탐방은 양자물리학의 근본 개념이 어떻게 양자정보 연구로 이어지고, 나아가 실제 양자컴퓨팅 기술과 양자 알고리즘으로 확장되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연구실 방문 과정에서 이진형 교수와 대학원생들은 양자컴퓨팅의 이론적 기반부터 실제 연구 현장에서 다루는 문제까지 폭넓게 설명해주었다. 전문적인 연구 내용을 다루는 자리였지만, 이진형 교수는 어려운 개념을 유머와 비유를 섞어 설명하며 학생기자단이 양자정보 연구의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양자컴퓨팅은 단순히 계산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양자역학이 품고 있는 낯선 가능성을 계산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고전 컴퓨터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앞에서, 양자컴퓨팅은 새로운 길을 찾는다. 이를 위해서는 양자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연구와 실제 물리계에서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다루는 연구가 함께 필요하다.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를 양자정보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이를 실제 양자 알고리즘과 양자기술로 연결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양자역학을 정보·계산·측정의 언어로 해석하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의 큰 연구 방향은 양자물리학을 양자정보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는 데 있다. 연구실은 양자역학의 근본 현상을 단순히 물리적 현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 그 정보를 계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측정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함께 탐구한다.

그중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양자 맥락성이다. 양자 맥락성은 양자계의 측정 결과가 대상이 미리 가지고 있던 고정된 성질을 단순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측정 맥락에서 관측하느냐에 따라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이는 고전물리학적 직관과 구별되는 양자역학의 핵심적 특징 중 하나이며, 양자정보 처리와 양자계산의 이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고전적인 세계에서는 사물의 성질이 관측과 무관하게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양자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관측은 단순한 확인 행위가 아니라, 양자계와 상호작용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된다. 이처럼 양자역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측정하는가”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는가”까지 묻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 현상을 순수한 이론적 탐구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양자 상태의 측정, 양자 알고리즘의 효율성, 양자 시뮬레이션의 구현 가능성 등 실제 양자기술과 연결되는 문제를 함께 연구한다. 다시 말해, 연구실의 목표는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정보 처리와 계산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리드버그 원자로 복잡한 양자계를 시뮬레이션하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의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는 리드버그 중성원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양자 시뮬레이션이다. 양자 시뮬레이션은 고전 컴퓨터로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복잡한 양자계를, 제어 가능한 다른 양자계로 모사하려는 접근이다. 자연의 복잡한 양자 현상을 다시 양자계 위에 올려놓고, 그 움직임을 읽어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분자나 물질의 양자적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원자와 전자가 서로 얽히고 상호작용하는 세계에서는 단순한 계산만으로는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양자컴퓨터와 양자 시뮬레이터는 화학, 물질과학, 신약 개발 등에서 중요한 응용 가능성을 가진다.

리드버그 원자 기반 양자 시뮬레이션은 원자를 일시적으로 높은 에너지 상태인 리드버그 상태로 여기시킨 뒤, 이때 발생하는 원자들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특성은 여러 입자가 얽혀 있는 복잡한 양자계를 모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마치 복잡한 자연의 악보를 다른 악기로 다시 연주하듯, 리드버그 원자는 분자와 물질의 양자적 구조를 재현하는 하나의 무대가 된다.

현재 연구실은 중성원자 플랫폼에서 분자 시뮬레이션을 실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해밀토니안을 설계하고, 해당 해밀토니안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제 분자 시스템의 물리적 성질을 양자컴퓨터 위에서 재현하기 위해 어떤 상호작용 구조와 에너지 조건이 필요한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시스템의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 즉 기저 상태를 찾는 일이다. 분자의 안정한 구조나 물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스템의 에너지 고윳값, 특히 가장 작은 고윳값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실은 이러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는 향후 양자컴퓨터가 화학, 물질과학, 신약 개발 등 복잡한 계산 문제에 활용될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그림 출처: Paul M. Schindler and Marin Bukov/PRL. 133, 123402(2024)

그림 출처: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님 연구실 소개 발표 자료 중

고전컴퓨터가 흉내 낼 수 없는 양자 이점을 찾아서

양자 알고리즘 연구의 핵심 질문은 “이 알고리즘이 정말로 고전컴퓨터보다 우월한가?”이다. 양자컴퓨터에서 실행된다고 해서 모든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양자 이점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일부 양자회로는 고전컴퓨터로도 효율적으로 모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Gottesman-Knill 정리이다. 이 정리는 특정한 종류의 양자회로가 고전 알고리즘으로 효율적으로 시뮬레이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양자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언제나 고전컴퓨터를 뛰어넘는 계산 이점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이러한 관점에서 어떤 양자 알고리즘이 고전컴퓨터로 흉내 낼 수 있는지, 반대로 어떤 알고리즘이 고전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모사될 수 없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양자 알고리즘의 이점이 단순히 회로의 형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양자적 자원과 구조에서 비롯되는지를 밝히는 것이 목표이다.

이러한 연구는 양자컴퓨터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아직 오류와 노이즈가 크고, 사용할 수 있는 큐비트 수와 회로 깊이에도 제한이 있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서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고전컴퓨터보다 유리한지 판단하는 연구는 양자기술의 발전 방향을 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즉, 지금 쓸 수 있는 제한된 양자 자원으로도 최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실용적 알고리즘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변분 양자 알고리즘으로 분자의 바닥 상태를 찾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이러한 실용적 접근의 최전선에 있는 변분 양자 알고리즘의 하나인 VQE(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도 연구하고 있다. VQE는 양자컴퓨터와 고전컴퓨터를 함께 활용해 물리계의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인 바닥 상태를 찾는 알고리즘으로, 양자 알고리즘의 대표적인 응용 사례로 꼽힌다. 분자의 안정성과 화학적 성질을 이해하려면 바닥 상태를 알아야 한다. 바닥 상태를 효율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면 신약 후보물질이나 수소연료전지 촉매 후보 물질의 특성을 탐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기존 VQE는 바닥 상태를 정확히 찾기 위해 많은 측정을 반복해야 하는 장벽이 있다.

연구실은 베이지안 방법을 접목하여 측정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베이지안 방법이란 측정 결과가 주어질 때마다 기존의 확률분포를 업데이트하며 더 정확한 추정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연구실은 이 기법을 통해 양자 측정을 최소화함으로써, 제한된 양자 자원으로도 원하는 바닥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양자컴퓨터가 실험실을 넘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출처: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님 연구실 소개 발표 자료 중

정밀 측정과 QPE, 양자 상태를 더 효율적으로 읽어내는 방법

이처럼 알고리즘의 매개변수를 잘 조율하는 것만큼이나, 계산된 양자 상태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읽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양자기술을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양자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측정하는 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양자 상태는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작은 노이즈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양자 세계의 정보는 섬세한 파동처럼 존재하며, 잘못 건드리면 쉽게 흐트러진다. 따라서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많은 큐비트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양자 상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 위상 추정 알고리즘, 즉 QPE의 회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QPE는 양자계의 고유한 위상 정보를 추정하는 중요한 알고리즘으로, 양자화학 계산, 양자 시뮬레이션, 양자 메트롤로지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된다. 그러나 높은 정밀도를 얻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깊은 양자회로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림 출처: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님 연구실 소개 발표 자료 중

연구실은 앞선 VQE 연구와 비슷하게,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지안 방법을 활용하는 접근을 탐구하고 있다. 무작정 양자회로를 깊게 만드는 대신, 매 측정 단계마다 고전적인 베이지안 추론을 결합하여 더 적은 측정과 더 얕은 회로 깊이로도 원하는 정밀도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노이즈가 큰 현재의 양자컴퓨터 환경에서 특히 중요한 접근이다. 양자회로의 깊이가 길어질수록 오류가 누적되기 쉽기 때문에, 회로 자원을 줄이면서도 정밀한 결과를 얻는 방법은 실용적인 양자기술 구현에 핵심적인 의미를 가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한된 양자 자원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이다.

한양양자연구원과 양자컴퓨팅센터의 역할

그림 출처: 한양양자연구원(HY-IQQ) 홈페이지 내 양자컴퓨팅 센터 소개

이진형 교수는 한양양자연구원 내 여러 연구센터 중 양자컴퓨팅센터장를 맡고 있다. 한양양자연구원은 한양대학교 내 양자기술 연구 역량을 모으고, 양자컴퓨팅, 양자정보, 양자센싱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센터의 목표는 단순히 양자컴퓨터 자체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양자컴퓨터를 어떻게 응용하고, 어떤 문제에 활용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알고리즘과 이론적 기반은 무엇인지를 함께 탐구하는 데 있다.

초기에는 범용 양자컴퓨터가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 동향을 보면 예상보다 빠르게 범용 양자컴퓨터에 가까운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실은 양자컴퓨터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 필요한 오류 정정, 오류 내성, 효율적인 양자 알고리즘, 정밀 측정 방법론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컴퓨팅을 하나의 독립된 기술로만 보지 않는다. 양자물리학, 정보이론, 알고리즘, 측정 기술, 공학적 구현이 함께 맞물려야 하는 종합적인 연구 분야로 바라보고 있다.

양자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태도

이번 탐방에서 이진형 교수와 대학원생들은 양자기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근본적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시대일수록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와 논리로 기술이 구현되는지,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양자 분야에서는 선형대수, 확률, 양자역학, 벨 정리와 같은 기초 개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기반이 있어야 양자정보, 양자컴퓨팅, 양자 알고리즘 등 더 깊은 주제로 나아갈 수 있다.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내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이해하는 태도이다. 또한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 “이 문제가 정말 필요한가?”, “왜 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를 스스로 묻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는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데 핵심적인 태도이다.

양자기술은 물리학만으로 완성되는 분야가 아니다.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수학, 재료과학, 제어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 종합 기술이다. 따라서 양자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물리학적 이해뿐 아니라 공학적 관점과 협업 능력도 필요하다. 아직 양자기술은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와 도전 과제가 많다. 이는 동시에 학생 연구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자정보 연구의 현재와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

이번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 연구실 탐방은 양자정보 연구가 단순히 계산 속도의 향상을 목표로 하는 분야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와 실제 기술 응용을 함께 탐구하는 분야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 맥락성, 양자 알고리즘의 이점 분석, 리드버그 양자 시뮬레이션, 양자 위상 추정과 정밀 측정 연구 등을 통해 양자기술의 이론적 기반과 실용적 가능성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양자물리학을 정보와 계산의 언어로 다시 읽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QISCA 학생기자단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양자기술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초 역량과 연구자로서의 태도, 그리고 앞으로 양자 분야가 발전해 나갈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구체적인 문제와 실험 가능한 구조 속에서 탐색하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의 연구는 바로 그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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