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강의실
이온트랩 양자기술 튜토리얼 I: 이온트랩 양자컴퓨팅의 기본 원리
KEY SUMMARY
양자컴퓨터를 만든다는 것은 양자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으로, 그 상태를 원하는 순간에 준비하고, 서로 얽힘을 포함한 양자 연산을 수행한 뒤, 마지막에 정확히 읽어 내는 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온트랩은 이 요구를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만족한다. 진공 속에 떠 있는 이온 하나하나가 큐비트가 되고, 레이저와 마이크로파가 연산 장치가 되며, 이온들이 함께 흔들리는 집단운동이 큐비트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같은 원소의 이온은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소자를 제작할 때 생기는 편차가 작고, 외부 환경과 잘 격리된 내부 상태를 사용하면 긴 결맞음 시간과 높은 정밀도의 제어를 얻을 수 있다[1,2].
하지만 소수의 이온을 정교하게 조작하는 것과 많은 이온으로 유용한 양자 장치를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이온 수가 늘어나면 진동 모드가 촘촘해지고, 모든 이온을 개별적으로 비추는 광학계가 복잡해지며, 작은 전기장 잡음과 레이저 오차도 누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이온 묶음을 여러 구역 사이에서 이동시키는 QCCD(quantum charge-coupled device), 하나의 긴 1차원 사슬에서 여러 진동 모드를 활용하는 방식, 그리고 이온을 평면에 배열하는 2차원 이온 결정이 발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이온트랩의 기본 동작에서 출발하여 이 세 가지 확장 방향을 비교하고, 특히 2차원 이온 결정이 대규모 양자시뮬레이션과 양자연산연구에 어떤 새로운 무대를 제공하는지 살펴본다.
1. 이온을 가둔다는 것
1.1 정전기장으로는 가둘 수 없다 — 폴 트랩의 원리
이온트랩 양자컴퓨터는 이름 그대로 전하를 띤 원자, 즉 이온을 진공 속에 가두어 큐비트로 쓰는 장치이다. 그렇다면 이온을 어떻게 가두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정전기장이다. 양전하를 띤 이온주위에 양전극을 둘러 세우면 이온이 가운데에 머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방법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하가 없는 빈 공간에서 정전기 퍼텐셜은 공간 내부에 극소점을 가질 수 없다(언쇼의 정리 (Earnshaw’s Theorem)). 직관적으로는 한 방향으로 이온을 밀어 넣으면 반드시 다른 방향으로는 밀어내는 안장점(saddle point)이 되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볼프강 파울(Wolfgang Paul)의 해법은 전기장을 진동시키는 것이었다. 안장점 퍼텐셜을 라디오 주파수(RF, 보통 수십 MHz)로 빠르게 뒤집으면, 이온은 미는 방향과 당기는 방향을 번갈아 겪는다. 이온이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전기장이 강해지므로, 바깥으로 밀려난 반주기에 받는 힘이 안으로 당겨진 반주기에 받는 힘보다 크고, 한 주기를 평균하면 항상 중심을 향하는 알짜 힘이 남는다. 이것이 유사퍼텐셜(pseudopotential)이며, 이온에게는 마치 조화 진동자 퍼텐셜에 갇힌 것처럼 보인다. 파울은 이 업적으로데멜트(Hans Dehmelt)와 함께 198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참고로 데멜트가 발전시킨 페닝(Penning) 트랩은 정전기장에 강한 자기장을 더해 이온을 가두는 방식으로, 뒤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1.2 실험실의 이온트랩 — 진공, 전극, 레이저, 큐비트
실제 장치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온이 배경 기체와 충돌하지 않도록 초고진공 (UHV – Ultra High Vacuum, 10⁻⁸ ~ 10⁻¹¹ torr ) 챔버가 필요하다. 그 안에 RF전극과 DC전극이 놓이고, 전극 사이의 수백 마이크로미터에서 수 밀리미터 크기 공간에 이온이 갇힌다. 원자 오븐에서 증발한 중성 원자를 레이저로 이온화하여 트랩에 넣고, 이후 모든 조작은 레이저와 마이크로파로 이루어진다. 챔버 밖에서 보면 광학 테이블 위에 렌즈와 거울이 빼곡히 늘어선 광학계가 대부분의 부피를 차지하고, 이온 자체는 카메라로 찍은 형광 이미지에서 밝은 점으로만 보인다.
필자의 실험실에서는 ¹⁷¹Yb⁺ 이온을 사용한다. 이 이온의 바닥상태 ²S1/2는 핵스핀 1/2 때문에 두 개의 초미세 준위 F = 0 과 F = 1 로 갈라지며, 그 사이 간격이 \(\scriptstyle \omega_{\text{HF}} \approx 2\pi \times\) 12.6 GHz 이다. 이 두 준위가 큐비트의 \(\scriptstyle \ket{\downarrow}\) 와 \(\scriptstyle \ket{\uparrow}\) 이다. 두 준위의 에너지 차가 자기장에 1 차로 무관한 이른바 “시계 전이(clock transition)”라서 외부 자기장 잡음에 매우 둔감하다. 큐비트 조작은 12.6 GHz 마이크로파로 직접 하거나, 두 레이저의 주파수 차를 12.6 GHz 로 맞춘 라만 전이로 한다. 라만 전이는 레이저 빔을 이온 한 개 크기로 집속할 수 있어 개별 이온을 골라 조작하는 데 유리하다.
1.3 이온이 가진 두 종류의 양자 자원 — 큐비트와 포논
트랩 속 이온은 큐비트만 가진 것이 아니다. 이온은 조화 퍼텐셜에 갇힌 입자이므로 그 운동 자체가 양자 조화 진동자이다. 여러 이온이 사슬을 이루면 쿨롱 상호작용으로 서로 결합되어 집단 진동 모드가 생긴다. 두 이온이면 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질량중심 모드와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늘임(stretch) 모드가 있고, N개 이온이면 축 방향으로 N개, 두 횡 방향으로 각각 N개의 모드가 있다. 각 모드의 진동수는 대개 1 ~ 10 MHz 범위이고, 각 모드의 에너지 양자를 포논이라 부른다.
포논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큐비트 사이의 상호작용은 포논을 통해 매개된다. 이온들은 수 마이크로미터 떨어져 있어 내부 상태끼리 직접 상호작용하지 않지만, 레이저로 한 이온의 내부 상태에 따라 운동을 밀어 주면 그 운동이 사슬 전체로 전달되어 다른 이온의 내부 상태에 영향을 준다. 모든 이온이 같은 진동 모드를 공유하므로 사슬 안의 어느 두 이온 사이에도 게이트를 걸 수 있다. 이것이 이온트랩의 전결합성(all-to-all connectivity)의 물리적 근원이다. 둘째, 포논은 그 자체로 연속변수 양자 자원이어서 보손 계의 양자시뮬레이션에 직접 쓰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첫째 역할에 집중한다.
레이저로 큐비트와 포논을 함께 다루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 라만 빔의 주파수 차를 정확히 \(\scriptstyle \omega_{\text{HF}}\) 에 맞추면 큐비트만 뒤집는 캐리어(carrier) 전이가, \(\scriptstyle \omega_{\text{HF}} + \omega_m\) 에 맞추면 큐비트를 올리면서 포논 하나를 만드는 청색 사이드밴드(blue sideband) 전이가, \(\scriptstyle \omega_{\text{HF}} - \omega_m\) 에 맞추면 큐비트를 올리면서 포논 하나를 없애는 적색 사이드밴드(red sideband) 전이가 일어난다. 여러 모드가 있으면 사이드밴드도 여러 개가 캐리어 양옆에 늘어서며, 이 스펙트럼이 이온트랩 실험의 지도 역할을 한다.
[그림 1] (a) 정전기장의 안장점 퍼텐셜과, RF로 뒤집어 만든 유사 퍼텐셜의 개념도 (b) 실험실 장치 사진: 진공 챔버, 트랩 전극, 그리고 ¹⁷¹Yb⁺ 이온 결정의 형광 이미지 (c) 12.6 GHz 초미세 큐비트 준위도와, 캐리어 양옆에 축 방향·횡 방향 모드 사이드밴드가 늘어선 스펙트럼.
2. 이온트랩 양자컴퓨팅의 기본
2.1 냉각 – 초기화 – 게이트 – 측정의 네 단계
이온트랩 양자 실험은 냉각, 초기화, 연산, 측정의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절차는 이온 종류나 트랩 구조가 달라도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 1.냉각.트랩에 막 포획된 이온은 수백 켈빈에 해당하는 열운동을 한다. 먼저 도플러 냉각으로 밀리켈빈 수준까지 식힌다. 이온의 공명 진동수보다 약간 낮은 주파수의 레이저를 비추면, 레이저를 향해 다가오는 이온만 도플러 효과로 공명 조건을 만족하여 광자를 흡수하고, 그 반작용으로 되튐을 받아 느려진다. 양자 게이트에 필요한 수준까지 더 식히려면, 사이드밴드 전이를 반복하여 포논을 하나씩 걷어내는 사이드밴드 냉각이나 EIT 냉각으로 운동 바닥상태 \(\scriptstyle \ket{n=0}\)에 가깝게 만든다.
- 2.초기화.광펌핑(Optical Pumping)으로 큐비트를 \(\scriptstyle \ket{\downarrow}\)에 준비한다. \(\scriptstyle \ket{\uparrow}\)에 있는 이온만 들뜨게 하는 레이저를 비추면, 이온은 자발 방출을 반복하다 결국 레이저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scriptstyle \ket{\downarrow}\)에 쌓인다.
- 3.양자 연산.단일 큐비트 게이트는 \(\scriptstyle \ket{\downarrow}\)과 \(\scriptstyle \ket{\uparrow}\)의 원하는 각도와 위상으로 중첩하는 것으로 마이크로파나 라만 레이저로 큐비트 전이를 직접 구동하여 구현한다. 두 큐비트 게이트는 이온들이 공유하는 집단 온동 모드를 매개로한 상호작용으로 구현된다. 가장 널리 쓰이는 묄머–쇠렌센(Mølmer–Sørensen) 게이트는 두 이온의 스핀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집단 운동을 일으킨 뒤, 게이트가 끝나는 순간 그 운동은 원래대로 되돌아가고 스핀 사이에만 얽힘이 남게 설계된 것이다.
- 4.측정.상태 의존 형광으로 큐비트를 읽는다. \(\scriptstyle \ket{\uparrow}\)는 검출 레이저에 공명하여 초당 수백만 개의 광자를 산란하는 반면, \(\scriptstyle \ket{\downarrow}\)는 공명하지 않아 광자를 산란하지 않는다. 이 형광을 카메라나 광검출기로 검출하여 두 상태를 구별한다.
[그림 2] 이온 트랩 양자컴퓨터의 기본 과정: 냉각 – 초기화 – 게이트 – 측정 네 단계
2.2 이온트랩의 장점과 한계
이온트랩이 초전도 회로, 중성 원자, 광자 등 다른 플랫폼과 견주어 갖는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장점. 첫째, 결맞음 시간이 길다. 이온은 진공 속에 홀로 떠 있어 고체 소자처럼 기판이나 불순물과 상호작용할 것이 거의 없고, 중성 원자보다 훨씬 깊은 퍼텐셜에 갇혀 있어 며칠에서 몇 달 동안 같은 이온을 계속 쓸 수 있다. 둘째, 게이트 충실도가 높다. 모든 이온이 물리적으로 동일한 원자이므로 제조 편차가 없고, 큐비트 준위가 원자 물리학으로 정확히 알려져 있다. 셋째, 전결합성이다. 같은 진동 모드를 공유하는 이온들은 거리에 상관없이 직접 게이트를 걸 수 있어, 회로를 짤 때 큐비트를 옮겨 오는 SWAP 게이트가 필요 없다.
한계. 첫째, 큐비트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한 트랩 안에서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이온 수에는 한계가 있고, 이를 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이 글의 주요 내용중 하나이다. 둘째, 속도가 느리다. 게이트 시간이 초전도 회로의 수십 나노초에 비해 수천 배 길고, 이온을 옮기는 셔틀링이나 측정도 수백 마이크로초가 걸린다. 다만 게이트 시간 대비 결맞음 시간의 비율로 보면 이온트랩은 여전히 가장 유리한 편이다.
3. 스케일업의 세 갈래, 그리고 네 번째 길
한 트랩 안에서 이온 수를 늘리면서 이들을 모두 제어하는 일은 왜 어려운가. 이온트랩의 얽힘 게이트는 이온들이 공유하는 집단 진동 모드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게이트는 스핀 상태에 따라 진동 모드를 잠시 들뜨게 한 뒤, 게이트가 끝나는 순간 모든 모드가 정확히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온 수가 \(\scriptstyle N\)개로 늘면 진동 모드의 수도 \(\scriptstyle N\)개로 늘어나므로, 게이트 하나가 끝날 때 \(\scriptstyle N\)개의 모드를 동시에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레이저 펄스를 설계하는 일은 이온 수가 늘수록 급격히 복잡해진다. 또한 모드의 수가 늘면 정해진 진동수 대역 안에 더 많은 모드가 들어차므로 모드 사이의 진동수 간격이 좁아진다. 그 결과 원하는 모드 하나만 골라 구동하기가 어려워지고, 게이트 도중 이웃한 모드가 함께 들썩여 오류를 일으킨다.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이 분야는 크게 세 갈래의 길을 개척해 왔다.
3.1 QCCD — 이온을 옮겨 다니며 연산한다
첫 번째 길은 2002년 Kielpinski, Monroe, Wineland 가 제안한 양자 전하결합소자(QCCD, quantum charge-coupled device) 구조이다[1]. 핵심 아이디어는 “연산은 항상 작은 사슬에서만 한다”는 것이다. 트랩 전극을 수십 개의 분할 전극(segmented electrodes)으로 나누고, 전극 전압을 시간에 따라 바꾸어 이온을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 물건처럼 원하는 구역으로 옮긴다. 저장 구역에 대기하던 이온 두 개를 연산 구역으로 데려와 게이트를 걸고, 다시 흩어 놓는 식이다. 연산 구역에는 언제나 몇 개의 이온만 있으므로 높은 충실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이온을 옮기고 합치고 나누는 과정에서 운동이 가열되는 문제는, 큐비트 이온과 함께 다른 종류의 “냉장고” 이온을 두어 공감 냉각(sympathetic cooling)으로 해결한다. 냉장고 이온은 큐비트 이온과 공명 주파수가 달라 냉각 레이저가 큐비트 정보를 파괴하지 않는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온 이동, 분리, 결합, 모서리 통과 같은 요소 기술이 하나씩 시연되었고[2], 이를 상용 시스템으로 통합한 것이 Quantinuum이다. 2021년 QCCD 구조의 첫 완전한 시연[3]에 이어, 타원형 트랙 위에 이온을 순환시키는 레이스트랙 프로세서[4], 그리고 2025년 98큐비트의 Helios[5]까지 이어졌다. 양자 볼륨 \(\scriptstyle 2^{25}\)라는 기록도 이 구조에서 나왔다. 이 길의 대가는 시간과 복잡성이다. 이온을 옮기고 냉각하는 시간이 게이트 시간보다 훨씬 길어 회로 실행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수백 개 전극의 전압 파형을 설계·제어하는 일과 셔틀링 스케줄을 최적화하는 일은 그 자체로 큰 고전 계산 과제이다.
3.2 긴 1 차원 사슬 — 여러 운동 모드를 한꺼번에 쓴다
두 번째 길은 이온을 옮기지 않고, 한 트랩 안의 긴 사슬을 그대로 쓰되 제어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2009년 Lin, Duan 등이 제안한 접근[6]은 “한 모드만 고르려 애쓰지 말고, 모든 모드를 동시에 쓰라”는 발상이다. 레이저 펄스의 진폭, 위상, 주파수를 시간에 따라 정교하게 변조하면, 게이트가 끝나는 순간 \(\scriptstyle N\)개의 모드가 모두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서 원하는 두 이온 사이에만 얽힘이 남게 만들 수 있다[7]. 모드 사이 간격이 좁아도 상관없고, 오히려 모드가 많을수록 펄스 설계의 자유도가 늘어난다. 각 이온에 개별 레이저 빔을 보낼 수 있으면 사슬 안 어느 두 이온에도 직접 게이트를 걸 수 있으며, 이 방식으로 필자의 그룹은 네 큐비트를 한 번의 펄스로 동시에 얽는 전역(global) 게이트를 시연하였다[8].
이 계열의 대표적인 상용 시스템이 IonQ 이다. 32큐비트 사슬에서 시작해 알고리즘 큐비트 64를 달성한 시스템까지 모두 단일 트랩의 1차원 사슬을 기반으로 한다. 이 방식의 최전선에 있는 시스템이 Tempo로, 곧 한국에 도입되어 KISTI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 길의 장점은 셔틀링이 없어 빠르고, 전결합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대가는 제어의 정밀도와 속도이다. 이온 수가 늘수록 펄스 설계가 복잡해지고 요구되는 레이저 세기와 안정도가 높아지며, 사슬 자체의 안정성도 수십 개를 넘으면 급격히 나빠진다. 또한 모드 간격이 좁아지는 것에 비례하여 게이트 속도가 느려진다. 최근에는 이 한계를 넘기 위해 여러 사슬을 광자 링크로 잇는 모듈형 구조가 함께 논의되고 있다.
[그림 3] (a) QCCD 개념도: 분할 전극을 이용해 연산영역과 메모리영역을 이온이 이동하며 양자연산을 수행함(Ref.[1]) (b) 하나의 긴 1차원 사슬에서 여러 모드를 이용하는 구조 개념도Ref.[6] (c) 같은 트랩으로 포획한 1차원 사슬과2차원 결정 비교 (IBS 김기환 교수님 연구실 실험 결과 )
3.3 광자 연결 모듈
세 번째 길은 트랩 여러 개를 광섬유로 연결하는 것이다. 각 트랩(모듈)에는 다루기 쉬운 수십 개의 이온만 두고, 모듈 사이에서는 이온이 방출한 광자를 간섭시켜 원격 얽힘을 만든 뒤 이를 자원으로 삼아 모듈 사이 게이트를 수행한다. 원리적으로는 모듈 수에 제한이 없어 가장 확장성이 크지만, 광자 수집 효율과 원격 얽힘 생성 속도가 아직 게이트 속도에 비해 매우 느리다는 것이 현재의 병목이다.
3.4 2차원 이온 결정 — 같은 트랩 안에 평면으로 채운다
여기서 다른 질문을 해 보자. 이온을 옮기지도, 한 줄로 길게 늘이지도 않고, 같은 트랩 안에 2차원으로 채우면 어떨까. 이온 사슬은 축 방향 구속이 횡 방향 구속보다 훨씬 약할 때 만들어진다. 축 방향 구속을 강하게 하면 이온들은 더는 한 줄에 머물 수 없어 지그재그를 거쳐 평면 위의 삼각 격자, 즉 2차원 이온 결정을 이룬다. 같은 면적의 트랩에 훨씬 많은 이온이 들어간다. 필자의 실험실에서 얻은 이미지를 보면, 1차원 사슬로는 21개가 한계였던 트랩에 2차원 결정로는 74개가 들어가고, 개선된 트랩에서는 수백 개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2차원 결정의 장점은 이온 수만이 아니다. 첫째, 여전히 하나의 결정이므로 모든 이온이 집단 진동 모드를 공유하고 전결합성이 유지된다. 둘째, 표면 부호(surface code)나 색 부호(color code)처럼 양자 오류 정정 부호의 대부분은 2차원 격자 위에 정의되므로, 큐비트가 이미 2차원으로 배열되어 있으면 부호를 구현하기에 자연스럽다. 셋째, 2차원 양자 물질, 즉 양자 스핀 액체나 위상 물질처럼 진정으로 2차원적인 물리계를 시뮬레이션할 때 기하 구조를 그대로 옮길 수 있다.
물론 이 길에도 대가가 있다. 2차원 결정은 폴 트랩의 RF 전기장이 0이 아닌 곳에 이온을 놓게 되므로 마이크로모션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수백 개 이온과 수백 개 모드를 한꺼번에 식히고 다루어야 하며, 이온마다 개별 레이저를 보내는 제어는 아직 1차원 사슬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어느 길이 옳은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답이 없다. 각 길은 서로 다른 것을 희생하고 있고, 상용 시스템은 QCCD와 1차원 사슬에 집중되어 있으며, 2차원 결정은 그 가운데 가장 젊은 길이다. 이 글의 나머지는 필자의 그룹이 지난 몇 년 동안 이 길을 어떻게 시작해서 어디까지 닦아 왔는지를 소개하며 앞으로의 발전을 전망한다.
참고문헌
- 1. D. Kielpinski, C. Monroe, and D. J. Wineland, “Architecture for a large-scale ion-trap quantum computer,” Nature 417, 709 (2002).
- 2. 셔틀링 요소 기술 시연: Appl. Phys. B 78, 639 (2004); Nature Phys. 2, 36 (2006); Nature 459, 683 (2009); Science 325, 1227 (2009); Nature 471, 197 (2011); Science 364, 875 (2019) 등.
- 3. J. M. Pino et al., “Demonstration of the trapped-ion quantum CCD computer architecture,” Nature 592, 209 (2021).
- 4. S. A. Moses et al., “A race-track trapped-ion quantum processor,” Phys. Rev. X 13, 041052 (2023).
- 5. Quantinuum, “Helios: A 98-qubit trapped-ion quantum computer,” arXiv:2511.05465 (2025).
- 6. G.-D. Lin et al., “Large-scale quantum computation in an anharmonic linear ion trap,” EPL 86, 60004 (2009).
- 7. 다중 모드 펄스 변조 게이트: Phys. Rev. Lett. 120, 020501 (2018); Nature 572, 368 (2019); Phys. Rev. A 101, 032330 (2020); Phys. Rev. Appl. 13, 024022 (2020).
- 8. Y. Lu, S. Zhang, K. Zhang et al., “Global entangling gates on arbitrary ion qubits,” Nature 572, 36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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