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연구실
광자에서 양자네트워크까지 빛으로 양자정보를 만들고, 읽고, 연결하는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
KIST 양자기술연구단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 (임향택 박사)
- 탐방연구실 KIST 양자기술연구단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임향택 박사)
- 글 작성 QISCA 학생기자단 김도겸(한양대학교)/ 백원준(연세대학교)/ 전재민(고려대학교) / 표재영(광운대학교)
KIST 임향택 박사님(좌), 이재학 박사님(우) 와 QISCA 학생기자단
하나의 고에너지 광자가 비선형 결정을 통과한다. 대부분은 별다른 변화 없이 지나가지만, 일부는 에너지가 더 낮은 두 광자로 변환된다. 자발매개하향변환(Spontaneous Parametric Down-Conversion, SPDC)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SPDC로 생성된 두 광자는 적절한 조건에서 양자얽힘을 형성한다. 서로 멀리 떨어진 뒤에도 각각의 상태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전체 양자상태로 다뤄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얽힌 광자는 양자컴퓨팅에서는 정보를 처리하는 자원이 되고, 양자통신에서는 먼 거리로 양자정보를 전달하며, 양자센싱에서는 여러 물리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활용된다.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의 연구는 바로 이 얽힌 광자에서 시작한다.
양자광학의 원리를 미래 기술로
임향택 박사가 이끄는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은 양자광을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기술을 연구한다. 비선형 결정에서 SPDC로 광자쌍을 생성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양자얽힘 상태를 구현한다. 연구 영역은 양자측정과 같은 기초 양자물리 문제부터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싱까지 이어진다. 연구실은 2019년 KIST 양자정보연구단에 설립됐으며, 현재 KIST 양자기술연구단에서 광자 양자정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임향택 박사는 연구실이 지향하는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연구실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양자광학과 양자정보의 새로운 원리를 탐구하고, 이를 미래 양자기술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양자컴퓨팅과 통신, 센싱은 언뜻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인다. 그러나 광자의 관점에서 보면 세 분야는 모두 고품질 양자상태를 만들고, 원하는 방식으로 조작하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에서 출발한다. 광자의 고차원 상태를 이용하면 양자계산을 수행할 수 있고, 얽힌 광자를 여러 측정 장치에 분배하면 양자센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 같은 광자를 장거리 광섬유로 전송하면 서로 떨어진 양자장치를 연결하는 양자통신 자원이 된다.
임향택 박사 연구실은 하나의 응용 분야에 집중하기보다, 얽힌 광자의 생성과 조작을 공통 기반으로 삼아 여러 양자기술을 연결하고 있다.
광자는 왜 중요한 양자 플랫폼인가
현재 양자기술에서는 초전도 회로, 이온 트랩, 중성원자, 반도체 스핀, 광자 등 다양한 물리 플랫폼이 연구되고 있다. 각 플랫폼은 서로 다른 장점과 한계를 가진다. 광자 플랫폼의 강점은 크게 상온 환경에서의 운용 가능성, 집적화 가능성, 장거리 전송 능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광자의 중요한 장점 가운데 하나는 양자정보를 담은 상태가 상온 환경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전도 큐비트는 극저온 환경을 필요로 하고, 이온이나 중성원자 시스템은 초고진공과 정밀한 포획·냉각 장치를 사용한다. 반면 광자의 편광이나 시간, 주파수, 공간 모드에 담긴 양자정보는 광학계와 광섬유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그렇다고 광자 기반 시스템 전체가 극저온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통신 파장대의 단일광자를 높은 효율로 측정하는 초전도 나노와이어 단일광자 검출기(SNSPD)는 극저온에서 동작한다. 광자의 위상과 편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도 높은 수준의 정밀 제어를 요구한다. 다만 정보를 운반하는 광자 자체가 일반적인 광섬유를 따라 장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양자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큰 강점이다.
또한 광자는 집적화 측면에서도 가능성을 가진다. 현재 양자광학 실험은 수 미터 크기의 광학 테이블 위에 비선형 결정, 렌즈, 거울, 빔 스플리터, 파장판, 변조기와 검출기를 배치해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을 집적광자칩 위에 구현하면 시스템의 크기를 줄이고 안정성과 재현성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양자광원과 광회로, 제어 소자와 검출기를 하나의 칩이나 연결 가능한 모듈로 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광자는 서로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양자시스템을 연결하기에 적합하다. 약 1.5μm의 광통신 파장대역의 광자는 광섬유 내에서 손실이 작아 기존 광통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광자는 하나의 양자컴퓨터 안에서 정보를 표현하는 물리계인 동시에, 서로 다른 양자컴퓨터와 센서를 잇는 통신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광자가 모든 역할을 혼자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향택 박사는 광자가 항상 이동한다는 점을 장점이자 한계로 설명했다. 광자는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적합하지만, 한 장소에 정보를 오래 보관하는 양자메모리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자나 이온, 고체 기반 물리계가 계산과 저장을 담당하고, 광자가 그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래 양자기술은 하나의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각 물리계가 잘하는 역할을 결합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광자는 서로 다른 양자시스템을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가 된다.
얽힌 광자를 만드는 SPDC
연구실의 다양한 실험은 SPDC로 생성한 광자쌍을 기반으로 한다. SPDC에서는 펌프 광자 하나가 비선형 결정과 상호작용해 에너지가 더 낮은 signal 광자와 idler 광자로 변환된다. 이 과정에서는 세 광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이 보존되어야 하는 위상정합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생성된 광자는 편광뿐 아니라 이동 경로, 생성 시간, 주파수, 공간 모드와 궤도각운동량 등 여러 자유도를 갖는다. 연구자는 어떤 자유도에 양자정보를 담을지에 따라 광학계를 구성할 수 있다. 하나의 자유도만 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여러 자유도를 동시에 얽은 초얽힘 상태도 구현할 수 있다.
SPDC가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비교적 높은 품질의 얽힌 광자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SPDC는 원하는 순간마다 정확히 한 쌍의 광자를 만들어내는 결정론적 과정이 아니다. 대부분 펌프 펄스에서는 광자쌍이 생성되지 않고, 드물게는 두 쌍 이상의 광자가 동시에 생성될 수 있다.
소규모 원리 검증 실험에서는 광자가 성공적으로 생성된 경우만 선택해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광자 양자컴퓨팅에서는 많은 광자가 정해진 시점에 동시에 준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시간 구간에서 광자 생성을 반복하고,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광자를 원하는 시점에 모으는 시간 다중화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광자 양자정보 기술을 확장하려면 고품질 광자를 만드는 물리학뿐 아니라, 광자의 생성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고 필요한 광자를 선택·전달하는 광스위치와 전자제어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하나의 광자에 더 많은 정보를 담는 큐디트
Figure 1. [1] 단일광자의 궤도각운동량(OAM)을 큐디트로 활용한 변분 양자 고유값 해결사(VQE)의 구성
일반적인 큐비트(qubit)는 두 개의 상태를 이용해 정보를 표현한다. 반면 큐디트(qudit)는 하나의 양자계에서 세 개 이상의 상태를 사용하는 고차원 양자정보 단위다.
광자는 큐디트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물리계다. 편광은 일반적으로 수평과 수직이라는 두 상태를 이용하지만, 광자의 궤도각운동량(Orbital Angular Momentum, OAM)은 여러 값을 가질 수 있다. 서로 다른 OAM 모드는 광자의 파면 구조가 다르며, 이를 구별해 하나의 광자에 여러 차원의 양자정보를 부호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단일광자의 OAM 상태를 이용한 광자 큐디트 연구를 수행한다. 2024년에는 OAM 큐디트를 활용한 변분 양자 고유값 계산기(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VQE)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연구팀은 H₂와 LiH 분자의 바닥상태 에너지를 각각 4차원과 16차원 광자 상태를 이용해 계산했으며, 오류 완화 과정 없이 화학적 정확도에 도달했다고 보고했다[1].
기존 큐비트 방식에서는 분자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큐비트와 큐비트 사이의 연산이 필요하다. 큐디트 방식은 하나의 광자가 가진 고차원 상태공간을 활용해 필요한 물리 자원과 다광자 게이트를 줄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론 하나의 광자에 많은 정보를 담는다고 해서 대규모 양자컴퓨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차원 상태를 안정적으로 생성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조작하고,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실제 계산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실에서는 공간광변조기(Spatial Light Modulator, SLM)를 이용해 광자의 파면을 조절하고 OAM 상태를 생성·측정한다. OAM 큐디트를 연구하는 허강민 연구원은 일과의 상당 부분을 광학계를 정렬하고, 상태를 생성하며, 검출 결과를 확인하는 실험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광학 부품의 미세한 위치와 각도를 조절하고,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광경로와 장비 상태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고차원 정보를 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정확히 읽는 일이다. 연구팀은 2026년 《Physical Review A》에 광자의 OAM에 부호화된 비대칭 큐디트 상태를 최적으로 구별하는 측정 연구를 발표했다[2]. 연구에서 사용된 비모호 상태 판별은 측정이 성공한 경우에는 상태를 잘못 판별하지 않지만, 일부 시행에서는 상태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조건에서 판별 성공 확률을 최대로 만드는 측정을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이 연구는 큐디트에 많은 정보를 담는 가능성을 실제 양자정보처리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태의 생성뿐 아니라 효율적인 판독 기술도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러 센서를 하나의 거대한 센서처럼
Figure 2. [3] 다중 모드 N00N 상태를 이용해 여러 위상 파라미터를 동시에 추정하는 실험 구성
또 다른 핵심 연구 분야는 양자센싱이다. 센싱은 외부 환경의 위상, 시간, 자기장, 중력장과 같은 물리량을 측정하는 과정이다. 고전적인 광원을 이용한 측정은 광자수의 통계적 변동 때문에 정밀도에 한계를 갖는다. 반면 얽힘과 같은 양자적 성질을 이용하면 특정한 조건에서 고전적 자원만으로 가능한 측정 정밀도를 넘어설 수 있다.
기존 양자센싱 연구는 하나의 물리량을 더 정밀하게 측정하는 문제에 주로 집중했다. 그러나 실제 자연현상이나 공학 시스템에서는 여러 물리량을 동시에 측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위치의 여러 물리량을 하나의 장치에서 함께 측정하는 것이 다중 파라미터 추정이라면, 서로 떨어진 위치의 물리량을 여러 센서로 측정하는 것이 분산형 양자센싱이다.
임향택 박사는 분산형 양자센싱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러 개의 센서가 양자얽힘으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센서처럼 동작하는 것이 분산형 양자센싱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연구팀은 다중 모드 N00N 상태를 이용해 여러 위상 파라미터를 동시에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공식 연구 페이지에는 네 개의 광학 모드에 분포한 N00N 상태로 세 개의 위상 파라미터를 동시에 추정한 연구와, 이를 떨어진 센서 노드로 확장한 분산형 양자센싱 연구가 소개돼 있다.
2024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두 개의 얽힌 광자를 네 개의 센서 노드에 분배하고, 각 노드를 중심 노드와 3km 길이의 광섬유로 연결해 네 개 위상의 평균을 추정했다. 연구팀은 광자 수보다 많은 수의 파라미터를 측정하면서 표준양자한계보다 2.2dB 향상된 민감도를 확인했다[4].
기존 분산형 양자센싱에서는 측정할 파라미터가 많아질수록 그에 대응하는 다광자 얽힘 상태가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다광자 얽힘 상태는 광자 수가 증가할수록 생성하기 어려워진다. 이 연구는 두 광자만으로 네 개의 분산된 위상 정보를 측정함으로써, 제한된 광자 자원으로 센서 네트워크를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양자센싱을 연구하는 김동현 연구원은 N00N 상태와 Bell 상태, GHZ 상태 등 여러 얽힘 상태를 생성하고 이를 센싱과 광자 분배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의 목적은 복잡한 양자상태를 만드는 데만 있지 않았다. 생성된 상태가 실제 측정에서 어떤 정밀도 이점을 제공하는지 확인하고, 손실이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그 이점이 유지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했다.
분산형 양자센싱은 장기적으로 떨어진 정밀 시계의 비교와 시간 동기화, 위치·항법, 중력장 측정과 정밀 이미징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여러 지역에 분산된 양자처리장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용하려면 노드 사이의 시간과 환경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분산 센싱은 양자네트워크와 분산형 양자컴퓨팅을 지원하는 기반기술로도 주목받는다.
다만 이러한 활용은 대부분 장기적인 가능성이다. 현재 연구의 중요한 질문은 얽힘을 공유한 센서들이 어떤 조건에서 양자적 이점을 얻는지, 그리고 광손실과 검출 오류가 있는 실제 환경에서도 그 이점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밝히는 데 있다.
실험실의 얽힘을 실제 광통신망으로
Figure 3. [6] 780nm 펌프 레이저를 이용해 1,560nm 통신 파장대의 편광 얽힘 광자를 생성하는 Sagnac 간섭계 기반 광원과 측정 결과
얽힌 광자를 실험실 밖으로 전송하려면 파장 선택이 중요하다. 초기 광자 양자정보 실험에서는 실리콘 기반 단일광자 검출기의 감도가 높은 700~800nm대 광자가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 파장대는 광섬유에서 손실이 상대적으로 커 장거리 네트워크에 불리하다.
약 1,550nm의 통신 파장대는 기존 광통신망에서 손실이 작은 영역이다. 통신 파장대에서 높은 효율을 갖는 단일광자 검출기가 발전하면서, 광자 양자정보 실험도 수십 km 이상의 전송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임향택 박사는 앞으로 양자통신 연구에서 실험실 내부의 광섬유를 넘어 실제 상용 광통신망을 이용한 실증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780nm 펌프 레이저를 이용해 1,560nm 통신 파장대의 편광 얽힘 광자를 생성하는 광원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통신 파장대 4광자 GHZ 상태의 생성과 상용 광섬유망 연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성공한 전송 기술을 실제 통신망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험실에서는 광섬유의 길이와 온도, 장비 상태를 연구자가 통제할 수 있다. 반면 지하에 매설된 상용 광섬유는 기온과 습도, 낮과 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광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편광과 위상이 계속 변할 수 있다.
임향택 박사는 실제 네트워크에서는 양자신호와 함께 별도의 기준 신호를 보내고, 광자의 편광과 위상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보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실에서도 이러한 상용망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상하는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연구의 질문은 이제 얽힘 광자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연구자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실제 광통신 환경에서도 얽힘을 안정적으로 분배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광학 테이블을 칩과 모듈로
광자 양자정보 기술이 실제 장치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실험실의 광학계를 소형화하고 안정화해야 한다. 임향택 박사는 광자 양자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 과제로 소자화와 모듈화를 꼽았다.
광학 테이블은 새로운 원리와 실험 구조를 검증하기에 적합하다. 연구자는 거울과 렌즈의 위치를 직접 바꾸고, 필요한 부품을 추가해 다양한 실험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중계기나 양자센서, 양자네트워크 장치로 활용하려면 매번 연구자가 광경로를 다시 정렬해서는 안 된다. 양자광원을 만들고, 상태를 조작하고, 측정하는 기능이 하나의 안정적인 칩이나 장치로 통합돼야 한다.
소자화는 단순히 장비의 크기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칩 내부의 광손실, 제작 오차, 광섬유와 칩 사이의 결합 효율, 위상 안정성과 검출기·전자제어 시스템의 연결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양자광학뿐 아니라 집적광학, 반도체 공정, 전자공학과 제어기술이 모두 필요한 영역이다.
광원과 검출기도 발전해야 한다. SPDC는 고품질 얽힘 광자를 생성할 수 있지만 생성 시점이 확률적이다. 널리 사용되는 단일광자 검출기는 광자의 존재를 높은 효율로 확인할 수 있지만, 한 번에 들어온 광자가 한 개인지 두 개인지 여러 개인지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규모 광자 양자컴퓨팅에서는 필요한 순간에 정해진 수의 광자가 공급돼야 하며, 측정 단계에서는 도착한 광자 수도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 다중화 광원과 빠른 광자수 분해 검출기, 저손실 집적광회로의 개발은 광자 양자정보 기술을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만들어진 양자정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Figure 4. [5,7] 보손 cat code와 단일광자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큐비트와 외부 위상학적 오류정정 코드의 결합 개념
광자 수가 많아지고 회로가 복잡해질수록 광손실과 불완전한 간섭, 검출 오류가 누적된다. 광자를 만들고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어렵다. 계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검출하고 바로잡는 양자오류정정이 필요하다.
KIST 양자기술연구단에서 양자정보 이론을 연구하는 이재학 박사는 현재 광 기반 양자컴퓨팅을 위한 양자오류정정을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고 있다. 아직 대규모 오류정정 실험을 구현하기 어려운 단계에서도 어떤 코드를 사용하고, 이를 실제 광학 하드웨어에 어떻게 적용할지 미리 연구해야 향후 실험의 로드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학 박사 연구실은 연속변수 양자정보와 비고전성, 비가우시안성, 보손 양자오류정정을 연구한다. 빛의 한 진동 모드는 원칙적으로 무한차원 상태공간을 가진다. 보손 오류정정은 이 넓은 공간 안에 논리정보를 부호화해 광자 손실이나 작은 상태 변화가 발생했을 때 오류를 감지하고 복구하는 방식이다. 공식 연구 페이지에는 cat code와 GKP code, 하이브리드 큐비트를 이용한 결함허용 양자계산이 주요 연구 분야로 소개돼 있다.
Cat code는 coherent state들의 중첩과 광자수의 홀짝성을 이용한다. 특정한 방식으로 상태를 부호화하면 광자 한 개가 손실됐을 때 광자수의 홀짝성이 바뀐다. 논리정보 자체를 직접 읽지 않고 홀짝성의 변화만 측정해도 손실 발생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GKP code는 연속변수 위상공간에 격자 형태로 논리상태를 부호화한다. 잡음으로 상태가 원래 격자 위치에서 조금 이동하면 그 이동량을 측정하고 가장 가까운 정상 위치로 되돌린다. 다만 이상적인 GKP 상태는 무한한 에너지와 무한히 날카로운 격자 구조를 요구하므로 실제로는 유한한 품질의 근사 상태만 만들 수 있다.
이재학 박사는 2024년 cat code와 단일광자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큐비트 기반의 결함허용 양자계산 연구에 참여했다. 이 구조에서는 연속변수 부분의 cat code가 지배적인 광손실 오류에 대응하고, 이산변수 부분의 단일광자가 서로 직교하는 논리 기저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이 하이브리드 큐비트를 외부 양자오류정정 코드와 결합하는 구조도 함께 분석했다[5]. 이론과 실험은 서로 분리된 단계가 아니다. 실험은 어떤 광원과 상태, 연산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론은 그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어떤 오류정정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분석하고, 앞으로 실험적으로 개선해야 할 광원·측정·회로의 조건을 제시한다.
광학 테이블 앞에서 보내는 하루
Figure 5. 얽힌 광자의 생성·조작·측정을 위해 구성된 양자광학 실험 장치. (사진: 학생기자단)
연구실의 연구는 완성된 장비를 작동시키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다. 광학 실험에서는 광자의 경로와 편광, 도착 시간과 공간 모드가 정밀하게 맞아야 한다. 거울이나 렌즈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간섭이 약해질 수 있고, 온도 변화와 미세한 진동도 상태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
OAM 큐디트를 연구하는 허강민 연구원은 업무시간 대부분을 실험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SLM을 이용해 OAM 상태를 만들고, 광학계를 정렬하며, 검출 데이터를 수집한다. 실험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구매하고 관리하는 일도 연구의 일부다. 이론 공부와 논문 검토는 실험과 함께 지속된다. 연구실에서 양자센싱 실험을 수행해 온 김동현 연구원은 후배 연구원의 실험 방향을 검토하고, 장비 사용법과 문제 해결 경험을 전하며 연구실의 기술과 노하우를 인계하고 있었다.
광학 실험에는 매뉴얼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경험이 많다. 신호가 나오지 않을 때 어느 장비부터 점검해야 하는지, 간섭이 약해졌을 때 광원의 문제인지 광경로의 문제인지, 측정값의 변화가 실제 물리현상인지 장비의 불안정성인지 구분하는 능력은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통해 쌓인다. 선배 연구원이 축적한 경험이 후배에게 전달되면서 개인의 기술은 연구실 전체의 역량으로 남는다.
‘양자’라는 이름에 겁먹지 않기를
양자광학 연구를 준비하는 학부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다. 임향택 박사는 양자역학과 광학, 선형대수학을 우선적으로 공부할 것을 권했다.
학부 양자역학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고 에너지 고유값과 고유상태를 구하는 문제가 중심이 된다. 양자정보에서는 여기에 더해 상태벡터와 밀도행렬, 유니터리 연산, 측정 연산자와 측정 확률을 이용해 정보처리 과정을 표현한다. 광학 실험을 수행하려면 편광과 간섭, 빔 스플리터와 파장판의 동작 원리도 이해해야 한다.
Python은 실험과 이론 양쪽에서 중요한 도구다. 실험실에서는 장비 제어와 데이터 수집·분석, 그래프 작성에 사용하고, 이론 연구에서는 양자상태와 오류 모델을 계산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데 활용한다. 이재학 박사 연구실의 학부 인턴은 QuTiP을 이용해 여러 연속변수 양자상태를 계산하고 기존 연구의 프로토콜을 재현하는 과정부터 연구를 시작한다.
가능하다면 학부 연구생이나 인턴으로 실제 연구실을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향택 박사 연구실의 학부 인턴은 학생의 배경과 참여 기간에 따라 Python을 이용한 장비 제어, SPDC 광원 실험, Hong–Ou–Mandel 간섭, 얽힘 상태 생성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인턴십은 연구실이 학생의 역량을 확인하는 과정인 동시에, 학생이 광학 실험과 대학원 생활이 자신에게 맞는지를 판단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임향택 박사는 양자 분야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생들이 ‘양자’라는 단어 자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양자역학은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미시 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초 개념부터 차근차근 공부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자기술은 쉬운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아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양자역학과 광학, 선형대수와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쌓고, 실제 문제를 경험하며, 예상과 다른 결과 앞에서 계속 질문하는 과정이 연구자를 만든다.
하나의 광자에서 시작되는 연결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의 연구는 얽힌 광자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SPDC를 이용해 광자쌍을 만들고, OAM 큐디트에 고차원 정보를 담아 읽는다. 얽힌 광자를 여러 센서 노드와 통신망에 분배해 떨어진 시스템을 연결한다.
그 과정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SPDC 광원은 확률적으로 작동해 필요한 수의 광자를 원하는 순간에 제공하기 어렵다. 광학 테이블 위에 구현된 기능을 안정적인 칩과 모듈로 옮겨야 하며, 실제 광통신망에서 발생하는 편광과 위상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보정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비선형 결정에서 생성된 광자쌍은 광학 테이블 위에서 고차원 양자정보가 되고, 여러 센서에 분배되며, 광섬유를 따라 먼 노드로 전달된다. 광자에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이를 더 정확히 읽으며, 실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달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나의 광자에서 출발해 양자컴퓨팅과 양자센싱, 양자네트워크로 확장되는 길.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은 빛이 미래 양자기술의 정보 단위이자 서로 다른 양자시스템을 잇는 연결망이 될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참고문헌
- 1.B. Kim, K.-M. Hu, M.-H. Sohn, Y. Kim, Y.-S. Kim, S.-W. Lee, and H.-T. Lim, “Qudit-based 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using photonic orbital angular momentum states,” Science Advances 10, eado3472 (2024). DOI: 10.1126/sciadv.ado3472.
- 2.K.-M. Hu, M. Namkung, M.-H. Sohn, and H.-T. Lim, “Experimental demonstration of optimal measurement for unambiguously discriminating asymmetric qudit states,” Physical Review A 113, 032417 (2026). DOI: 10.1103/lkzr-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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