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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의 교차, 지식의 융합

양자정보학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이론적 발견, 기술적 혁신,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

양자 큐레이션

Quantum advances and prog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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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양자 위성 기반 위성 양자키분배 및 양자통신 기술

중국의 USTC 연구팀은 2022년 발사된 Jinan-1 양자 마이크로 위성과 지상 휴대형 기지국과의 우주-지상 양자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를 수행하였습니다. 마이크로 양자 위성의 양자 위성 탑재체는 무게가 23kg, 지상국은 무게가 약 100kg으로 기존 2016년 발사한 Micius 위성 및 지상국 대비 각각 매우 경량화 하였으며 보안 통신을 실시간으로 수행하여 실용성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기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윤천주 본부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2026년 06월 08일

양자우월성 실험으로 검증가능한 난수 생성하기

양자우월성 실험은 양자컴퓨터가 특정 샘플링 문제를 고전컴퓨터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근 Quantinuum의 trapped-ion 양자컴퓨터 H2-1을 통한 새로운 실험은 양자우월성 실험이 나아가 현실적으로 쓸모가 있는 검증가능한 진정한 난수를 만드는 실험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실험은 양자컴퓨터를 통한 물리학 바깥의 현실적 영향을 가진 최초의 실험 중 하나이다.

한민기 조교수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부

2026년 03월 10일

대규모 중성 원자 양자 컴퓨팅의 출발점

미국 Caltech의 연구팀에서 약 12,000개의 광집게를 이용하여 현재 중성 원자 플랫폼에서 최대 수준인 6,100개의 원자 큐비트 배열을 포획하는 것에 성공했다. 단지 스케일만 크게 만들었을 뿐이 아니라, 양자 결맞음 시간 (~ 13 초), 상온 포획 수명 (~ 23 분), 원자 측정 정확도 (~ 99.99%), 결맞음 유지 수송 (~ 610 μm)에서 현 최고 기록의 성능을 달성하며 조작성도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대규모 원자 큐비트 배열을 이용한 양자 컴퓨팅의 출발점을 제시하였다.

송윤흥 선임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2026년 03월 10일

열린 강의실

QUANTUM Class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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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알고리즘 개괄: 소인수분해와 양자화학

20세기 이후 자연과학과 정보과학은 서로의 언어를 빌려가며 빠르게 가까워졌습니다. 그 가장 극적인 만남 중 하나가 양자 컴퓨터입니다. 양자역학의 중첩과 얽힘을 직접 계산 자원으로 사용해 고전 컴퓨터로는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려는 시도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흐름을 두 줄기로 따라가려고 합니다. 한 줄기는 쇼어의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고, 또 한 줄기는 분자와 물질의 에너지 준위를 계산하는 양자화학 알고리즘입니다. 겉으로 보면 이 둘은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하나는 정수론과 암호학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화학과 응집물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알고리즘의 핵심 엔진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둘 다 양자 푸리에 변환(Quantum Fourier Transform, QFT)을 통해 어떤 함수에 숨겨진 위상 정보를 간섭으로 끄집어내는 같은 원리를 공유합니다. 쇼어가 정수론적 함수의 주기를 읽어낸다면, 양자화학에서 쓰는 양자 위상 추정(Quantum Phase Estimation, QPE)은 시간 진화 연산자의 고유 위상을 읽어냅니다. 이 글의 목표는 두 알고리즘을 따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사실은 한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을 보여 드리는 것입니다. 특히 양자화학은 양자 컴퓨터의 가장 자연스러운 응용처로 일찍부터 주목받아 왔습니다. 1982년 파인만(R. Feynman)이 자연이 양자역학을 따른다면 자연을 시뮬레이션할 컴퓨터도 양자적이어야 한다고 제안한 이래, 분자의 기저 상태 에너지를 정확히 계산하는 일은 양자 컴퓨터의 킬러 응용으로 꼽혀 왔습니다. 1990년대 후반 아브람스(Abrams)와 로이드(Lloyd)가 QPE를 양자화학 문제에 적용한 이래, 아스푸루-구직(Aspuru-Guzik) 등의 연구를 거치면서 분자 시뮬레이션은 양자 알고리즘 연구의 중심 무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신소재 설계, 촉매 개발, 신약 후보 분자 탐색처럼 산업적 의미가 큰 문제들이 결국 해밀토니안의 가장 낮은 고윳값 찾기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양자 컴퓨팅을 처음 접하는 학부 1~2학년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수식은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고, 가능하면 그림과 비유로 직관을 먼저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허준석 교수 연세대학교 화학과 및 양자정보학과

새로운 양자패러다임: 연속-이산 하이브리드 양자프로세서

본 열린강의실에서는 큐비트 기반 양자컴퓨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연속 변수 (보손 모드)와 이산변수 (큐비트) 를 결합한 연속-이산 하이브리드 양자 프로세서의 개념과 응용을 다룹니다. 연속-이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물리적 구현사례 (초전도회로, 이온트랩, 중성원자), 하이브리드 게이트 구조, AMM및 ISA필요성, 그리고 해밀토니안 시뮬레이션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연속-이산 하이브리드 프로세서의 주요과제와 향후 연구방향을 간략히 제시합니다.

허준석 교수 연세대학교 화학과 및 양자정보학과

열린 연구실

Meet the Researc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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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 하나에서 양자 네트워크까지, 빛으로 양자의 미래를 잇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 울산역을 출발한 택시는 푸른 산자락 사이를 달려 UNIST에 도착했습니다. 도심에서 떨어진 캠퍼스는 자연 속에서 연구에 몰두하기 좋은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에 학생기자단이 찾은 곳은 자연에서 가장 익숙하지만, 양자세계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질문을 품고 있는 '빛'을 연구하는 QUPID연구실입니다. 김제형 UNIST 교수는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이하며 자신이 빛에 매료된 이유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빛은 우주적 규모를 다루는 상대성이론과 원자 규모를 다루는 양자역학을 모두 관통합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정보가 전달될 수 있는 속도의 한계를 정하고, 양자물리학에서는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 양자중첩과 얽힘을 검증하는 대표적인 실험 대상입니다. 처음에는 레이저를 연구하고 싶었던 김제형 교수는 대학원에서 광자 한 개를 생성하고 제어하며 측정하는 양자광학을 접했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레이저보다 더 근본적인 빛의 단위인 광자 하나를 다루는 일에 매료돼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양자통신과 양자컴퓨팅, 양자센싱, 양자이미징은 양자관원의 대표적인 활용 분야로 꼽힙니다. 하지만 김제형 교수는 양자광원이 궁극적으로 어디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일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여려 차례 강조했습니다. 레이저도 처음 개발됐을 때부터 광통신이나 의료기기, 산업용 가공 장비에 쓰일 것이라고 예상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레이저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뒤 수십 년에 걸쳐 새로운 활용처가 등장했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양자광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양자광원을 소형화하고 칩에 집적하며, 하나의 장치나 모듈로 만드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QUPID 연구실의 목표는 미래의 활용처를 미리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용이 탄생할 수 있도록 양자광원을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드는데 있습니다. 광자의 역설 광자는 주변 환경과 잘 상호작용하지 않습니다. 양자정보를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큰 장점입니다. 이동하는 동안 정보가 환경으로 쉽게 새어나가지 않아 양자상태를 비교적 잘 보존할 수 있고, 먼 거리까지 빠르게 정보를 운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광자를 이용한 많은 양자광학 실험을 상온에서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계산을 수행하려는 순간, 이 장점은 문제점으로 바뀝니다. 양자연산을 수행하려면 두 큐비트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광자 두 개는 마주쳐도 대부분 아무 일 없이 지나갑니다. 대신 광자의 간섭과 측정을 이용해 연산을 구현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연산이 매번 성공한다고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광자가 많아질수록 여러 단계가 모두 성공할 확률도 빠르게 낮아집니다. 결국 광자는 외부와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양자정보를 운반하기 좋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광자 간 직접적인 상호작용 기반의 연산이 어렵습니다. 이 역설은 광자 기반 양자정보처리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QUPID 연구실은 광자 생성과 광자 사이에 필요한 상호작용을 만들기 위해 '양자 방출체'를 이용합니다. 양자 방출체는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광자를 방출하는 아주 작은 물리계입니다. 에너지를 연속적으로 갖는 것이 아니라 계단처럼 구분된 에너지 준위를 갖기 때문에 종종 '인공 원자'에 비유됩니다. 특정 조건을 정밀하게 제어하면 광자를 한 번에 하나씩 방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고체 양자 방출체로는 양자점과 컬러센터가 있습니다. 양자점은 전자와 정공을 나노미터 크기의 공간에 가둔 반도체 구조로, 원자처럼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를 갖습니다. 컬러센터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결정에서 원자가 빠지거나 다른 원자가 들어가 새긴 국소적인 점결함입니다.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어 단일광자원이나 스핀 큐비트로 연구됩니다. 특히 양자방출체의 스핀 상태를 제어하면 방출되는 광자의 편광과 얽힘상태 구현이 가능하여 스핀 양자상태와 광자 양자상태 간 상호 작용이 가능해집니다. 아래 실험 장비 사진은 고자기장 환경에서 양자구조체의 스핀을 제어하고, 단일광자 측정을 수행하는 실험 시스템을 보여줍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고체 양자방출체의 스핀과 광자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고자기장, 극저온 양자광학 시스템 사진 단일 양자방출체에서 스핀-광자 상호작용 구현 뿐만 아니라 원거리에 떨어져있는 두 개의 양자방출체간 상호작용도 가능합니다. 이는 각 방출체에서 나온 광자 간 양자간섭 구현을 통해서 가능해집니다. 최근 QUPID 연구실은 원자 기반 양자광원을 연구하는 부산대 문한섭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인공원자(InAs 양자점)-Cs 원자에서 나온 광자들이 양자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지 검증했습니다.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나온 광자를 간섭시키려면 파장과 편광, 선폭, 시간적 파형 등의 특성이 거의 같아야 하는데 양 연구진은 고효율 단광자 생성과 파장 제어 기술을 통해 서로 다른 물리계에서 나온 광자 사이의 양자간섭을 성공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양자점은 광자를 잘 방출하는 양자 방출체이고, 원자 앙상블은 양자정보를 잘 저장할 수 있는 양자 방출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서로 다른 이점을 갖는 이종의 큐비트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양자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부산대 연구진의 세슘 원자 앙상블 광원과 UNIST 연구진의 양자점 단일광자원을 이용한 양자간섭 실험 구성. 양자점은 원형 브래그 격자 형태의 나노광학 공진기와 결합돼 있습니다. 두 광자는 빔분할기에서 만나 홍·오우·만델 간섭을 일으킵니다. 출처: K.-Y. Kim et al., Light Sci.Appl. 15, 320 (2026), Fig. 1, CC BY 4.0. 이미지 확대보기 양자점 광자와 세슘 원자 앙상블에서 발생한 광자 사이의 이광자 간섭 측정 결과. 두 광자의 방출 파장이 상이한 경우(왼쪽)는 편광에 따른 홍·오우·만델 간섭 패턴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반면, 두 광자의 방출 파장이 일치하는 경우(오른쪽) 편광에 따라 간섭패턴에 차이가 발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K.-Y. Kim et al. Light Sci.Appl. 15, 320 (2026), Fig. 4, CC BY 4.0. 양자컴퓨터의 미래, 더 크게보다 다르게 김제형 교수는 양자컴퓨터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하면서도, 현재의 기술을 단순히 확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는 신중하게 바라봤습니다. 최근 구글과 IBM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큐비트 수와 장비 성능이 빠르게 향상됐고, 양자화학을 비롯한 응용 연구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방식을 그대로 확장해 수천, 수만 개의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 큐비트 수의 증가가 곧바로 유용한 양자컴퓨터로 이어질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이를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역사를 비유로 들었습니다. 진공관 컴퓨터의 성능을 개선하던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초기에는 작은 돌맹이에 철사를 붙힌 것 같은 진광관 트랜지스터에 비해 매우 어설픈 형태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컴퓨터의 구조와 크기, 활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터도 현재 큐비트 플랫폼을 정교하게 개선하는 것을 넘어, 기술의 방향 자체를 바꿀 새로운 물리계나 연산 방식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레이저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광원이 등장했다고 모든 가로등과 실내조명이 레이저로 바뀌기 보다, 레이저만이 수행할 수 있는 통신과 의료, 정밀가공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양자컴퓨터의 미래 역시 고전컴퓨터가 이미 잘하는 일을 대신하기보다, 양자컴퓨터만이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실험 연구자가 되는 방법 새로운 양자광원과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양자컴퓨터의 '게임 체인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연구자가 필요할까요? 이에 대해 김제형 교수는 특정 과목이나 기술보다 먼저, 주변의 모든 현상을 관찰하고 배우려는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10m가량 떨어진 두 지점의 높이를 맞추던 작업자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작업자는 값비싼 레이저 수평계 대신 물을 채운 긴 호스를 이용해, 연결된 물의 높이가 같아지는 단순한 물리 원리를 활용했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실험 아이디어가 반드시 논문이나 전공 수업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기초과학이 중요한 이유 김제형 교수는 "인공지능과 첨단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많은 학생이 전공과 미래에 대해 불안하게 바라본다"며 "한 분야의 전문성만으로 충분한지 의문이 들고, 수십년 또는 수백 년 전에 정립된 물리학 이론을 배우는 일이 시대에 뒤처진 선택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오랫동안 유효한 기초지식의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최신 기술의 세부 지식은 불과 몇 년 만에 낡을 수 있지만, 고전역학과 전자기학, 양자역학, 열통계역학을 비롯한 물리학의 기본 원리는 여전히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토대"라고 말했습니다. 수학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역시 기술이 바뀌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김제형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라면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말라"라고 조언했습니다. 기초과학은 어렵지만 오랫동안 지속되는 가치와 깊이 있는 재미를 지닌 분야라는 것입니다. 연구의 실패를 견디는 내면의 단단함 인터뷰 말미, 김제형 교수는 연구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원 생활에는 무엇을 해도 풀리지 않는 시기가 찾아올 수 있으며, 이를 견디려면 자기 안의 단단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힘은 거창한 성공에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과거 대학생 시절 매일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무전여행에 나서는 등 크고 작은 도전을 경험하며, 새로운 도전을 통과해가며 쌓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이 연구가 막힌 순간에도 다시 나아가게 하는 자기 신뢰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광자 하나를 제어하는 정밀한 기술 뒤에는 결국 답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연구자의 단단함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탐방연구실 : UNIST QUPID 연구실(김제형 교수)

글 작성 : QISCA 학생기자단 표재영(광운대학교), 김도겸(한양대학교), 전재민(고려대학교), 이성빈(서울대학교), 백원준(연세대학교)

광자에서 양자네트워크까지 빛으로 양자정보를 만들고, 읽고, 연결하는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

이미지 확대보기 KIST 임향택 박사님(좌), 이재학 박사님(우) 와 QISCA 학생기자단 하나의 고에너지 광자가 비선형 결정을 통과한다. 대부분은 별다른 변화 없이 지나가지만, 일부는 에너지가 더 낮은 두 광자로 변환된다. 자발매개하향변환(Spontaneous Parametric Down-Conversion, SPDC)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SPDC로 생성된 두 광자는 적절한 조건에서 양자얽힘을 형성한다. 서로 멀리 떨어진 뒤에도 각각의 상태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전체 양자상태로 다뤄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얽힌 광자는 양자컴퓨팅에서는 정보를 처리하는 자원이 되고, 양자통신에서는 먼 거리로 양자정보를 전달하며, 양자센싱에서는 여러 물리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활용된다.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의 연구는 바로 이 얽힌 광자에서 시작한다. 양자광학의 원리를 미래 기술로 임향택 박사가 이끄는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은 양자광을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기술을 연구한다. 비선형 결정에서 SPDC로 광자쌍을 생성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양자얽힘 상태를 구현한다. 연구 영역은 양자측정과 같은 기초 양자물리 문제부터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싱까지 이어진다. 연구실은 2019년 KIST 양자정보연구단에 설립됐으며, 현재 KIST 양자기술연구단에서 광자 양자정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임향택 박사는 연구실이 지향하는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연구실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양자광학과 양자정보의 새로운 원리를 탐구하고, 이를 미래 양자기술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양자컴퓨팅과 통신, 센싱은 언뜻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인다. 그러나 광자의 관점에서 보면 세 분야는 모두 고품질 양자상태를 만들고, 원하는 방식으로 조작하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에서 출발한다. 광자의 고차원 상태를 이용하면 양자계산을 수행할 수 있고, 얽힌 광자를 여러 측정 장치에 분배하면 양자센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 같은 광자를 장거리 광섬유로 전송하면 서로 떨어진 양자장치를 연결하는 양자통신 자원이 된다. 임향택 박사 연구실은 하나의 응용 분야에 집중하기보다, 얽힌 광자의 생성과 조작을 공통 기반으로 삼아 여러 양자기술을 연결하고 있다. 광자는 왜 중요한 양자 플랫폼인가 현재 양자기술에서는 초전도 회로, 이온 트랩, 중성원자, 반도체 스핀, 광자 등 다양한 물리 플랫폼이 연구되고 있다. 각 플랫폼은 서로 다른 장점과 한계를 가진다. 광자 플랫폼의 강점은 크게 상온 환경에서의 운용 가능성, 집적화 가능성, 장거리 전송 능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광자의 중요한 장점 가운데 하나는 양자정보를 담은 상태가 상온 환경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전도 큐비트는 극저온 환경을 필요로 하고, 이온이나 중성원자 시스템은 초고진공과 정밀한 포획·냉각 장치를 사용한다. 반면 광자의 편광이나 시간, 주파수, 공간 모드에 담긴 양자정보는 광학계와 광섬유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그렇다고 광자 기반 시스템 전체가 극저온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통신 파장대의 단일광자를 높은 효율로 측정하는 초전도 나노와이어 단일광자 검출기(SNSPD)는 극저온에서 동작한다. 광자의 위상과 편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도 높은 수준의 정밀 제어를 요구한다. 다만 정보를 운반하는 광자 자체가 일반적인 광섬유를 따라 장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양자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큰 강점이다. 또한 광자는 집적화 측면에서도 가능성을 가진다. 현재 양자광학 실험은 수 미터 크기의 광학 테이블 위에 비선형 결정, 렌즈, 거울, 빔 스플리터, 파장판, 변조기와 검출기를 배치해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을 집적광자칩 위에 구현하면 시스템의 크기를 줄이고 안정성과 재현성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양자광원과 광회로, 제어 소자와 검출기를 하나의 칩이나 연결 가능한 모듈로 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광자는 서로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양자시스템을 연결하기에 적합하다. 약 1.5μm의 광통신 파장대역의 광자는 광섬유 내에서 손실이 작아 기존 광통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광자는 하나의 양자컴퓨터 안에서 정보를 표현하는 물리계인 동시에, 서로 다른 양자컴퓨터와 센서를 잇는 통신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광자가 모든 역할을 혼자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향택 박사는 광자가 항상 이동한다는 점을 장점이자 한계로 설명했다. 광자는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적합하지만, 한 장소에 정보를 오래 보관하는 양자메모리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자나 이온, 고체 기반 물리계가 계산과 저장을 담당하고, 광자가 그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래 양자기술은 하나의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각 물리계가 잘하는 역할을 결합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광자는 서로 다른 양자시스템을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가 된다. 얽힌 광자를 만드는 SPDC 연구실의 다양한 실험은 SPDC로 생성한 광자쌍을 기반으로 한다. SPDC에서는 펌프 광자 하나가 비선형 결정과 상호작용해 에너지가 더 낮은 signal 광자와 idler 광자로 변환된다. 이 과정에서는 세 광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이 보존되어야 하는 위상정합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생성된 광자는 편광뿐 아니라 이동 경로, 생성 시간, 주파수, 공간 모드와 궤도각운동량 등 여러 자유도를 갖는다. 연구자는 어떤 자유도에 양자정보를 담을지에 따라 광학계를 구성할 수 있다. 하나의 자유도만 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여러 자유도를 동시에 얽은 초얽힘 상태도 구현할 수 있다. SPDC가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비교적 높은 품질의 얽힌 광자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SPDC는 원하는 순간마다 정확히 한 쌍의 광자를 만들어내는 결정론적 과정이 아니다. 대부분 펌프 펄스에서는 광자쌍이 생성되지 않고, 드물게는 두 쌍 이상의 광자가 동시에 생성될 수 있다. 소규모 원리 검증 실험에서는 광자가 성공적으로 생성된 경우만 선택해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광자 양자컴퓨팅에서는 많은 광자가 정해진 시점에 동시에 준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시간 구간에서 광자 생성을 반복하고,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광자를 원하는 시점에 모으는 시간 다중화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광자 양자정보 기술을 확장하려면 고품질 광자를 만드는 물리학뿐 아니라, 광자의 생성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고 필요한 광자를 선택·전달하는 광스위치와 전자제어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하나의 광자에 더 많은 정보를 담는 큐디트 이미지 확대보기 Figure 1. [1] 단일광자의 궤도각운동량(OAM)을 큐디트로 활용한 변분 양자 고유값 해결사(VQE)의 구성 일반적인 큐비트(qubit)는 두 개의 상태를 이용해 정보를 표현한다. 반면 큐디트(qudit)는 하나의 양자계에서 세 개 이상의 상태를 사용하는 고차원 양자정보 단위다. 광자는 큐디트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물리계다. 편광은 일반적으로 수평과 수직이라는 두 상태를 이용하지만, 광자의 궤도각운동량(Orbital Angular Momentum, OAM)은 여러 값을 가질 수 있다. 서로 다른 OAM 모드는 광자의 파면 구조가 다르며, 이를 구별해 하나의 광자에 여러 차원의 양자정보를 부호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단일광자의 OAM 상태를 이용한 광자 큐디트 연구를 수행한다. 2024년에는 OAM 큐디트를 활용한 변분 양자 고유값 계산기(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VQE)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연구팀은 H₂와 LiH 분자의 바닥상태 에너지를 각각 4차원과 16차원 광자 상태를 이용해 계산했으며, 오류 완화 과정 없이 화학적 정확도에 도달했다고 보고했다[1]. 기존 큐비트 방식에서는 분자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큐비트와 큐비트 사이의 연산이 필요하다. 큐디트 방식은 하나의 광자가 가진 고차원 상태공간을 활용해 필요한 물리 자원과 다광자 게이트를 줄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론 하나의 광자에 많은 정보를 담는다고 해서 대규모 양자컴퓨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차원 상태를 안정적으로 생성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조작하고,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실제 계산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실에서는 공간광변조기(Spatial Light Modulator, SLM)를 이용해 광자의 파면을 조절하고 OAM 상태를 생성·측정한다. OAM 큐디트를 연구하는 허강민 연구원은 일과의 상당 부분을 광학계를 정렬하고, 상태를 생성하며, 검출 결과를 확인하는 실험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광학 부품의 미세한 위치와 각도를 조절하고,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광경로와 장비 상태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고차원 정보를 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정확히 읽는 일이다. 연구팀은 2026년 《Physical Review A》에 광자의 OAM에 부호화된 비대칭 큐디트 상태를 최적으로 구별하는 측정 연구를 발표했다[2]. 연구에서 사용된 비모호 상태 판별은 측정이 성공한 경우에는 상태를 잘못 판별하지 않지만, 일부 시행에서는 상태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조건에서 판별 성공 확률을 최대로 만드는 측정을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이 연구는 큐디트에 많은 정보를 담는 가능성을 실제 양자정보처리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태의 생성뿐 아니라 효율적인 판독 기술도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러 센서를 하나의 거대한 센서처럼 이미지 확대보기 Figure 2. [3] 다중 모드 N00N 상태를 이용해 여러 위상 파라미터를 동시에 추정하는 실험 구성 또 다른 핵심 연구 분야는 양자센싱이다. 센싱은 외부 환경의 위상, 시간, 자기장, 중력장과 같은 물리량을 측정하는 과정이다. 고전적인 광원을 이용한 측정은 광자수의 통계적 변동 때문에 정밀도에 한계를 갖는다. 반면 얽힘과 같은 양자적 성질을 이용하면 특정한 조건에서 고전적 자원만으로 가능한 측정 정밀도를 넘어설 수 있다. 기존 양자센싱 연구는 하나의 물리량을 더 정밀하게 측정하는 문제에 주로 집중했다. 그러나 실제 자연현상이나 공학 시스템에서는 여러 물리량을 동시에 측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위치의 여러 물리량을 하나의 장치에서 함께 측정하는 것이 다중 파라미터 추정이라면, 서로 떨어진 위치의 물리량을 여러 센서로 측정하는 것이 분산형 양자센싱이다. 임향택 박사는 분산형 양자센싱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러 개의 센서가 양자얽힘으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센서처럼 동작하는 것이 분산형 양자센싱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연구팀은 다중 모드 N00N 상태를 이용해 여러 위상 파라미터를 동시에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공식 연구 페이지에는 네 개의 광학 모드에 분포한 N00N 상태로 세 개의 위상 파라미터를 동시에 추정한 연구와, 이를 떨어진 센서 노드로 확장한 분산형 양자센싱 연구가 소개돼 있다. 2024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두 개의 얽힌 광자를 네 개의 센서 노드에 분배하고, 각 노드를 중심 노드와 3km 길이의 광섬유로 연결해 네 개 위상의 평균을 추정했다. 연구팀은 광자 수보다 많은 수의 파라미터를 측정하면서 표준양자한계보다 2.2dB 향상된 민감도를 확인했다[4]. 기존 분산형 양자센싱에서는 측정할 파라미터가 많아질수록 그에 대응하는 다광자 얽힘 상태가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다광자 얽힘 상태는 광자 수가 증가할수록 생성하기 어려워진다. 이 연구는 두 광자만으로 네 개의 분산된 위상 정보를 측정함으로써, 제한된 광자 자원으로 센서 네트워크를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양자센싱을 연구하는 김동현 연구원은 N00N 상태와 Bell 상태, GHZ 상태 등 여러 얽힘 상태를 생성하고 이를 센싱과 광자 분배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의 목적은 복잡한 양자상태를 만드는 데만 있지 않았다. 생성된 상태가 실제 측정에서 어떤 정밀도 이점을 제공하는지 확인하고, 손실이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그 이점이 유지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했다. 분산형 양자센싱은 장기적으로 떨어진 정밀 시계의 비교와 시간 동기화, 위치·항법, 중력장 측정과 정밀 이미징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여러 지역에 분산된 양자처리장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용하려면 노드 사이의 시간과 환경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분산 센싱은 양자네트워크와 분산형 양자컴퓨팅을 지원하는 기반기술로도 주목받는다. 다만 이러한 활용은 대부분 장기적인 가능성이다. 현재 연구의 중요한 질문은 얽힘을 공유한 센서들이 어떤 조건에서 양자적 이점을 얻는지, 그리고 광손실과 검출 오류가 있는 실제 환경에서도 그 이점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밝히는 데 있다. 실험실의 얽힘을 실제 광통신망으로 이미지 확대보기 Figure 3. [6] 780nm 펌프 레이저를 이용해 1,560nm 통신 파장대의 편광 얽힘 광자를 생성하는 Sagnac 간섭계 기반 광원과 측정 결과 얽힌 광자를 실험실 밖으로 전송하려면 파장 선택이 중요하다. 초기 광자 양자정보 실험에서는 실리콘 기반 단일광자 검출기의 감도가 높은 700~800nm대 광자가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 파장대는 광섬유에서 손실이 상대적으로 커 장거리 네트워크에 불리하다. 약 1,550nm의 통신 파장대는 기존 광통신망에서 손실이 작은 영역이다. 통신 파장대에서 높은 효율을 갖는 단일광자 검출기가 발전하면서, 광자 양자정보 실험도 수십 km 이상의 전송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임향택 박사는 앞으로 양자통신 연구에서 실험실 내부의 광섬유를 넘어 실제 상용 광통신망을 이용한 실증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780nm 펌프 레이저를 이용해 1,560nm 통신 파장대의 편광 얽힘 광자를 생성하는 광원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통신 파장대 4광자 GHZ 상태의 생성과 상용 광섬유망 연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성공한 전송 기술을 실제 통신망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험실에서는 광섬유의 길이와 온도, 장비 상태를 연구자가 통제할 수 있다. 반면 지하에 매설된 상용 광섬유는 기온과 습도, 낮과 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광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편광과 위상이 계속 변할 수 있다. 임향택 박사는 실제 네트워크에서는 양자신호와 함께 별도의 기준 신호를 보내고, 광자의 편광과 위상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보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실에서도 이러한 상용망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상하는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연구의 질문은 이제 얽힘 광자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연구자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실제 광통신 환경에서도 얽힘을 안정적으로 분배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광학 테이블을 칩과 모듈로 광자 양자정보 기술이 실제 장치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실험실의 광학계를 소형화하고 안정화해야 한다. 임향택 박사는 광자 양자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 과제로 소자화와 모듈화를 꼽았다. 광학 테이블은 새로운 원리와 실험 구조를 검증하기에 적합하다. 연구자는 거울과 렌즈의 위치를 직접 바꾸고, 필요한 부품을 추가해 다양한 실험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중계기나 양자센서, 양자네트워크 장치로 활용하려면 매번 연구자가 광경로를 다시 정렬해서는 안 된다. 양자광원을 만들고, 상태를 조작하고, 측정하는 기능이 하나의 안정적인 칩이나 장치로 통합돼야 한다. 소자화는 단순히 장비의 크기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칩 내부의 광손실, 제작 오차, 광섬유와 칩 사이의 결합 효율, 위상 안정성과 검출기·전자제어 시스템의 연결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양자광학뿐 아니라 집적광학, 반도체 공정, 전자공학과 제어기술이 모두 필요한 영역이다. 광원과 검출기도 발전해야 한다. SPDC는 고품질 얽힘 광자를 생성할 수 있지만 생성 시점이 확률적이다. 널리 사용되는 단일광자 검출기는 광자의 존재를 높은 효율로 확인할 수 있지만, 한 번에 들어온 광자가 한 개인지 두 개인지 여러 개인지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규모 광자 양자컴퓨팅에서는 필요한 순간에 정해진 수의 광자가 공급돼야 하며, 측정 단계에서는 도착한 광자 수도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 다중화 광원과 빠른 광자수 분해 검출기, 저손실 집적광회로의 개발은 광자 양자정보 기술을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만들어진 양자정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미지 확대보기 Figure 4. [5,7] 보손 cat code와 단일광자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큐비트와 외부 위상학적 오류정정 코드의 결합 개념 광자 수가 많아지고 회로가 복잡해질수록 광손실과 불완전한 간섭, 검출 오류가 누적된다. 광자를 만들고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어렵다. 계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검출하고 바로잡는 양자오류정정이 필요하다. KIST 양자기술연구단에서 양자정보 이론을 연구하는 이재학 박사는 현재 광 기반 양자컴퓨팅을 위한 양자오류정정을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고 있다. 아직 대규모 오류정정 실험을 구현하기 어려운 단계에서도 어떤 코드를 사용하고, 이를 실제 광학 하드웨어에 어떻게 적용할지 미리 연구해야 향후 실험의 로드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학 박사 연구실은 연속변수 양자정보와 비고전성, 비가우시안성, 보손 양자오류정정을 연구한다. 빛의 한 진동 모드는 원칙적으로 무한차원 상태공간을 가진다. 보손 오류정정은 이 넓은 공간 안에 논리정보를 부호화해 광자 손실이나 작은 상태 변화가 발생했을 때 오류를 감지하고 복구하는 방식이다. 공식 연구 페이지에는 cat code와 GKP code, 하이브리드 큐비트를 이용한 결함허용 양자계산이 주요 연구 분야로 소개돼 있다. Cat code는 coherent state들의 중첩과 광자수의 홀짝성을 이용한다. 특정한 방식으로 상태를 부호화하면 광자 한 개가 손실됐을 때 광자수의 홀짝성이 바뀐다. 논리정보 자체를 직접 읽지 않고 홀짝성의 변화만 측정해도 손실 발생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GKP code는 연속변수 위상공간에 격자 형태로 논리상태를 부호화한다. 잡음으로 상태가 원래 격자 위치에서 조금 이동하면 그 이동량을 측정하고 가장 가까운 정상 위치로 되돌린다. 다만 이상적인 GKP 상태는 무한한 에너지와 무한히 날카로운 격자 구조를 요구하므로 실제로는 유한한 품질의 근사 상태만 만들 수 있다. 이재학 박사는 2024년 cat code와 단일광자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큐비트 기반의 결함허용 양자계산 연구에 참여했다. 이 구조에서는 연속변수 부분의 cat code가 지배적인 광손실 오류에 대응하고, 이산변수 부분의 단일광자가 서로 직교하는 논리 기저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이 하이브리드 큐비트를 외부 양자오류정정 코드와 결합하는 구조도 함께 분석했다[5]. 이론과 실험은 서로 분리된 단계가 아니다. 실험은 어떤 광원과 상태, 연산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론은 그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어떤 오류정정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분석하고, 앞으로 실험적으로 개선해야 할 광원·측정·회로의 조건을 제시한다. 광학 테이블 앞에서 보내는 하루 이미지 확대보기 Figure 5. 얽힌 광자의 생성·조작·측정을 위해 구성된 양자광학 실험 장치. (사진: 학생기자단) 연구실의 연구는 완성된 장비를 작동시키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다. 광학 실험에서는 광자의 경로와 편광, 도착 시간과 공간 모드가 정밀하게 맞아야 한다. 거울이나 렌즈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간섭이 약해질 수 있고, 온도 변화와 미세한 진동도 상태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 OAM 큐디트를 연구하는 허강민 연구원은 업무시간 대부분을 실험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SLM을 이용해 OAM 상태를 만들고, 광학계를 정렬하며, 검출 데이터를 수집한다. 실험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구매하고 관리하는 일도 연구의 일부다. 이론 공부와 논문 검토는 실험과 함께 지속된다. 연구실에서 양자센싱 실험을 수행해 온 김동현 연구원은 후배 연구원의 실험 방향을 검토하고, 장비 사용법과 문제 해결 경험을 전하며 연구실의 기술과 노하우를 인계하고 있었다. 광학 실험에는 매뉴얼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경험이 많다. 신호가 나오지 않을 때 어느 장비부터 점검해야 하는지, 간섭이 약해졌을 때 광원의 문제인지 광경로의 문제인지, 측정값의 변화가 실제 물리현상인지 장비의 불안정성인지 구분하는 능력은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통해 쌓인다. 선배 연구원이 축적한 경험이 후배에게 전달되면서 개인의 기술은 연구실 전체의 역량으로 남는다. ‘양자’라는 이름에 겁먹지 않기를 양자광학 연구를 준비하는 학부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다. 임향택 박사는 양자역학과 광학, 선형대수학을 우선적으로 공부할 것을 권했다. 학부 양자역학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고 에너지 고유값과 고유상태를 구하는 문제가 중심이 된다. 양자정보에서는 여기에 더해 상태벡터와 밀도행렬, 유니터리 연산, 측정 연산자와 측정 확률을 이용해 정보처리 과정을 표현한다. 광학 실험을 수행하려면 편광과 간섭, 빔 스플리터와 파장판의 동작 원리도 이해해야 한다. Python은 실험과 이론 양쪽에서 중요한 도구다. 실험실에서는 장비 제어와 데이터 수집·분석, 그래프 작성에 사용하고, 이론 연구에서는 양자상태와 오류 모델을 계산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데 활용한다. 이재학 박사 연구실의 학부 인턴은 QuTiP을 이용해 여러 연속변수 양자상태를 계산하고 기존 연구의 프로토콜을 재현하는 과정부터 연구를 시작한다. 가능하다면 학부 연구생이나 인턴으로 실제 연구실을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향택 박사 연구실의 학부 인턴은 학생의 배경과 참여 기간에 따라 Python을 이용한 장비 제어, SPDC 광원 실험, Hong–Ou–Mandel 간섭, 얽힘 상태 생성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인턴십은 연구실이 학생의 역량을 확인하는 과정인 동시에, 학생이 광학 실험과 대학원 생활이 자신에게 맞는지를 판단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임향택 박사는 양자 분야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생들이 ‘양자’라는 단어 자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양자역학은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미시 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초 개념부터 차근차근 공부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자기술은 쉬운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아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양자역학과 광학, 선형대수와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쌓고, 실제 문제를 경험하며, 예상과 다른 결과 앞에서 계속 질문하는 과정이 연구자를 만든다. 하나의 광자에서 시작되는 연결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의 연구는 얽힌 광자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SPDC를 이용해 광자쌍을 만들고, OAM 큐디트에 고차원 정보를 담아 읽는다. 얽힌 광자를 여러 센서 노드와 통신망에 분배해 떨어진 시스템을 연결한다. 그 과정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SPDC 광원은 확률적으로 작동해 필요한 수의 광자를 원하는 순간에 제공하기 어렵다. 광학 테이블 위에 구현된 기능을 안정적인 칩과 모듈로 옮겨야 하며, 실제 광통신망에서 발생하는 편광과 위상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보정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비선형 결정에서 생성된 광자쌍은 광학 테이블 위에서 고차원 양자정보가 되고, 여러 센서에 분배되며, 광섬유를 따라 먼 노드로 전달된다. 광자에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이를 더 정확히 읽으며, 실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달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나의 광자에서 출발해 양자컴퓨팅과 양자센싱, 양자네트워크로 확장되는 길.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은 빛이 미래 양자기술의 정보 단위이자 서로 다른 양자시스템을 잇는 연결망이 될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참고문헌 1.B. Kim, K.-M. Hu, M.-H. Sohn, Y. Kim, Y.-S. Kim, S.-W. Lee, and H.-T. Lim, “Qudit-based 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using photonic orbital angular momentum states,” Science Advances 10, eado3472 (2024). DOI: 10.1126/sciadv.ado3472. 2.K.-M. Hu, M. Namkung, M.-H. Sohn, and H.-T. Lim, “Experimental demonstration of optimal measurement for unambiguously discriminating asymmetric qudit states,” Physical Review A 113, 032417 (2026). DOI: 10.1103/lkzr-2439. 3.S. Hong, J. ur Rehman, Y.-S. Kim, Y.-W. Cho, S.-W. Lee, H. Jung, M. Sung, S.-W. Han, and H.-T. Lim, “Quantum enhanced multiple-phase estimation with multi-mode N00N states,” Nature Communications 12, 5211 (2021). DOI: 10.1038/s41467-021-25451-4. 4.D.-H. Kim, S. Hong, Y.-S. Kim, Y. Kim, S.-W. Lee, R. C. Pooser, K. Oh, S.-Y. Lee, C. Lee, and H.-T. Lim, “Distributed quantum sensing of multiple phases with fewer photons,” Nature Communications 15, 266 (2024). DOI: 10.1038/s41467-023-44204-z. 5.J. Lee, N. Kang, S.-H. Lee, H. Jeong, L. Jiang, and S.-W. Lee, “Fault-Tolerant Quantum Computation by Hybrid Qubits with Bosonic Cat Code and Single Photons,” PRX Quantum 5, 030322 (2024). DOI: 10.1103/PRXQuantum.5.030322. 6.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 “Research,” https://sites.google.com/site/forestht/research 7.KIST Quantum Information Theory Group, “Research,” https://sites.google.com/view/jhleekist/research

탐방연구실 : KIST 양자기술연구단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임향택 박사)

글 작성 : QISCA 학생기자단 김도겸(한양대학교)/ 백원준(연세대학교)/ 전재민(고려대학교) / 표재영(광운대학교)

“양자물리학을 양자정보의 언어로 다시 읽다”

2026년 5월 21일, QISCA 학생기자단은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 연구실을 방문했다. 이번 탐방은 양자물리학의 근본 개념이 어떻게 양자정보 연구로 이어지고, 나아가 실제 양자컴퓨팅 기술과 양자 알고리즘으로 확장되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연구실 방문 과정에서 이진형 교수와 대학원생들은 양자컴퓨팅의 이론적 기반부터 실제 연구 현장에서 다루는 문제까지 폭넓게 설명해주었다. 전문적인 연구 내용을 다루는 자리였지만, 이진형 교수는 어려운 개념을 유머와 비유를 섞어 설명하며 학생기자단이 양자정보 연구의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양자컴퓨팅은 단순히 계산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양자역학이 품고 있는 낯선 가능성을 계산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고전 컴퓨터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앞에서, 양자컴퓨팅은 새로운 길을 찾는다. 이를 위해서는 양자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연구와 실제 물리계에서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다루는 연구가 함께 필요하다.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를 양자정보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이를 실제 양자 알고리즘과 양자기술로 연결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양자역학을 정보·계산·측정의 언어로 해석하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의 큰 연구 방향은 양자물리학을 양자정보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는 데 있다. 연구실은 양자역학의 근본 현상을 단순히 물리적 현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 그 정보를 계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측정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함께 탐구한다. 그중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양자 맥락성이다. 양자 맥락성은 양자계의 측정 결과가 대상이 미리 가지고 있던 고정된 성질을 단순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측정 맥락에서 관측하느냐에 따라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이는 고전물리학적 직관과 구별되는 양자역학의 핵심적 특징 중 하나이며, 양자정보 처리와 양자계산의 이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고전적인 세계에서는 사물의 성질이 관측과 무관하게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양자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관측은 단순한 확인 행위가 아니라, 양자계와 상호작용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된다. 이처럼 양자역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측정하는가”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는가”까지 묻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 현상을 순수한 이론적 탐구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양자 상태의 측정, 양자 알고리즘의 효율성, 양자 시뮬레이션의 구현 가능성 등 실제 양자기술과 연결되는 문제를 함께 연구한다. 다시 말해, 연구실의 목표는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정보 처리와 계산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리드버그 원자로 복잡한 양자계를 시뮬레이션하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의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는 리드버그 중성원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양자 시뮬레이션이다. 양자 시뮬레이션은 고전 컴퓨터로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복잡한 양자계를, 제어 가능한 다른 양자계로 모사하려는 접근이다. 자연의 복잡한 양자 현상을 다시 양자계 위에 올려놓고, 그 움직임을 읽어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분자나 물질의 양자적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원자와 전자가 서로 얽히고 상호작용하는 세계에서는 단순한 계산만으로는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양자컴퓨터와 양자 시뮬레이터는 화학, 물질과학, 신약 개발 등에서 중요한 응용 가능성을 가진다. 리드버그 원자 기반 양자 시뮬레이션은 원자를 일시적으로 높은 에너지 상태인 리드버그 상태로 여기시킨 뒤, 이때 발생하는 원자들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특성은 여러 입자가 얽혀 있는 복잡한 양자계를 모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마치 복잡한 자연의 악보를 다른 악기로 다시 연주하듯, 리드버그 원자는 분자와 물질의 양자적 구조를 재현하는 하나의 무대가 된다. 현재 연구실은 중성원자 플랫폼에서 분자 시뮬레이션을 실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해밀토니안을 설계하고, 해당 해밀토니안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제 분자 시스템의 물리적 성질을 양자컴퓨터 위에서 재현하기 위해 어떤 상호작용 구조와 에너지 조건이 필요한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시스템의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 즉 기저 상태를 찾는 일이다. 분자의 안정한 구조나 물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스템의 에너지 고윳값, 특히 가장 작은 고윳값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실은 이러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는 향후 양자컴퓨터가 화학, 물질과학, 신약 개발 등 복잡한 계산 문제에 활용될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이미지 확대보기 그림 출처: Paul M. Schindler and Marin Bukov/PRL. 133, 123402(2024) 이미지 확대보기 그림 출처: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님 연구실 소개 발표 자료 중 고전컴퓨터가 흉내 낼 수 없는 양자 이점을 찾아서 양자 알고리즘 연구의 핵심 질문은 “이 알고리즘이 정말로 고전컴퓨터보다 우월한가?”이다. 양자컴퓨터에서 실행된다고 해서 모든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양자 이점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일부 양자회로는 고전컴퓨터로도 효율적으로 모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Gottesman-Knill 정리이다. 이 정리는 특정한 종류의 양자회로가 고전 알고리즘으로 효율적으로 시뮬레이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양자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언제나 고전컴퓨터를 뛰어넘는 계산 이점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이러한 관점에서 어떤 양자 알고리즘이 고전컴퓨터로 흉내 낼 수 있는지, 반대로 어떤 알고리즘이 고전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모사될 수 없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양자 알고리즘의 이점이 단순히 회로의 형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양자적 자원과 구조에서 비롯되는지를 밝히는 것이 목표이다. 이러한 연구는 양자컴퓨터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아직 오류와 노이즈가 크고, 사용할 수 있는 큐비트 수와 회로 깊이에도 제한이 있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서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고전컴퓨터보다 유리한지 판단하는 연구는 양자기술의 발전 방향을 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즉, 지금 쓸 수 있는 제한된 양자 자원으로도 최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실용적 알고리즘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변분 양자 알고리즘으로 분자의 바닥 상태를 찾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이러한 실용적 접근의 최전선에 있는 변분 양자 알고리즘의 하나인 VQE(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도 연구하고 있다. VQE는 양자컴퓨터와 고전컴퓨터를 함께 활용해 물리계의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인 바닥 상태를 찾는 알고리즘으로, 양자 알고리즘의 대표적인 응용 사례로 꼽힌다. 분자의 안정성과 화학적 성질을 이해하려면 바닥 상태를 알아야 한다. 바닥 상태를 효율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면 신약 후보물질이나 수소연료전지 촉매 후보 물질의 특성을 탐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기존 VQE는 바닥 상태를 정확히 찾기 위해 많은 측정을 반복해야 하는 장벽이 있다. 연구실은 베이지안 방법을 접목하여 측정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베이지안 방법이란 측정 결과가 주어질 때마다 기존의 확률분포를 업데이트하며 더 정확한 추정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연구실은 이 기법을 통해 양자 측정을 최소화함으로써, 제한된 양자 자원으로도 원하는 바닥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양자컴퓨터가 실험실을 넘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지 확대보기 그림 출처: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님 연구실 소개 발표 자료 중 정밀 측정과 QPE, 양자 상태를 더 효율적으로 읽어내는 방법 이처럼 알고리즘의 매개변수를 잘 조율하는 것만큼이나, 계산된 양자 상태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읽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양자기술을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양자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측정하는 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양자 상태는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작은 노이즈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양자 세계의 정보는 섬세한 파동처럼 존재하며, 잘못 건드리면 쉽게 흐트러진다. 따라서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많은 큐비트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양자 상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 위상 추정 알고리즘, 즉 QPE의 회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QPE는 양자계의 고유한 위상 정보를 추정하는 중요한 알고리즘으로, 양자화학 계산, 양자 시뮬레이션, 양자 메트롤로지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된다. 그러나 높은 정밀도를 얻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깊은 양자회로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그림 출처: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님 연구실 소개 발표 자료 중 연구실은 앞선 VQE 연구와 비슷하게,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지안 방법을 활용하는 접근을 탐구하고 있다. 무작정 양자회로를 깊게 만드는 대신, 매 측정 단계마다 고전적인 베이지안 추론을 결합하여 더 적은 측정과 더 얕은 회로 깊이로도 원하는 정밀도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노이즈가 큰 현재의 양자컴퓨터 환경에서 특히 중요한 접근이다. 양자회로의 깊이가 길어질수록 오류가 누적되기 쉽기 때문에, 회로 자원을 줄이면서도 정밀한 결과를 얻는 방법은 실용적인 양자기술 구현에 핵심적인 의미를 가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한된 양자 자원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이다. 한양양자연구원과 양자컴퓨팅센터의 역할 이미지 확대보기 그림 출처: 한양양자연구원(HY-IQQ) 홈페이지 내 양자컴퓨팅 센터 소개 이진형 교수는 한양양자연구원 내 여러 연구센터 중 양자컴퓨팅센터장를 맡고 있다. 한양양자연구원은 한양대학교 내 양자기술 연구 역량을 모으고, 양자컴퓨팅, 양자정보, 양자센싱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센터의 목표는 단순히 양자컴퓨터 자체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양자컴퓨터를 어떻게 응용하고, 어떤 문제에 활용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알고리즘과 이론적 기반은 무엇인지를 함께 탐구하는 데 있다. 초기에는 범용 양자컴퓨터가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 동향을 보면 예상보다 빠르게 범용 양자컴퓨터에 가까운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실은 양자컴퓨터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 필요한 오류 정정, 오류 내성, 효율적인 양자 알고리즘, 정밀 측정 방법론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컴퓨팅을 하나의 독립된 기술로만 보지 않는다. 양자물리학, 정보이론, 알고리즘, 측정 기술, 공학적 구현이 함께 맞물려야 하는 종합적인 연구 분야로 바라보고 있다. 양자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태도 이번 탐방에서 이진형 교수와 대학원생들은 양자기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근본적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시대일수록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와 논리로 기술이 구현되는지,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양자 분야에서는 선형대수, 확률, 양자역학, 벨 정리와 같은 기초 개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기반이 있어야 양자정보, 양자컴퓨팅, 양자 알고리즘 등 더 깊은 주제로 나아갈 수 있다.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내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이해하는 태도이다. 또한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 “이 문제가 정말 필요한가?”, “왜 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를 스스로 묻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는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데 핵심적인 태도이다. 양자기술은 물리학만으로 완성되는 분야가 아니다.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수학, 재료과학, 제어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 종합 기술이다. 따라서 양자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물리학적 이해뿐 아니라 공학적 관점과 협업 능력도 필요하다. 아직 양자기술은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와 도전 과제가 많다. 이는 동시에 학생 연구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자정보 연구의 현재와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 이번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 연구실 탐방은 양자정보 연구가 단순히 계산 속도의 향상을 목표로 하는 분야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와 실제 기술 응용을 함께 탐구하는 분야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 맥락성, 양자 알고리즘의 이점 분석, 리드버그 양자 시뮬레이션, 양자 위상 추정과 정밀 측정 연구 등을 통해 양자기술의 이론적 기반과 실용적 가능성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양자물리학을 정보와 계산의 언어로 다시 읽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QISCA 학생기자단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양자기술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초 역량과 연구자로서의 태도, 그리고 앞으로 양자 분야가 발전해 나갈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구체적인 문제와 실험 가능한 구조 속에서 탐색하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의 연구는 바로 그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탐방연구실 : 한양대학교 양자정보 연구실(이진형 교수)

글 작성 : QISCA 학생기자단 : 백원준(연세대학교) / 전재민(고려대학교) / 표재영(광운대학교) / 김도겸(한양대학교)

광자 하나에서 양자 네트워크까지, 빛으로 양자의 미래를 잇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 울산역을 출발한 택시는 푸른 산자락 사이를 달려 UNIST에 도착했습니다. 도심에서 떨어진 캠퍼스는 자연 속에서 연구에 몰두하기 좋은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에 학생기자단이 찾은 곳은 자연에서 가장 익숙하지만, 양자세계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질문을 품고 있는 '빛'을 연구하는 QUPID연구실입니다. 김제형 UNIST 교수는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이하며 자신이 빛에 매료된 이유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빛은 우주적 규모를 다루는 상대성이론과 원자 규모를 다루는 양자역학을 모두 관통합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정보가 전달될 수 있는 속도의 한계를 정하고, 양자물리학에서는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 양자중첩과 얽힘을 검증하는 대표적인 실험 대상입니다. 처음에는 레이저를 연구하고 싶었던 김제형 교수는 대학원에서 광자 한 개를 생성하고 제어하며 측정하는 양자광학을 접했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레이저보다 더 근본적인 빛의 단위인 광자 하나를 다루는 일에 매료돼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양자통신과 양자컴퓨팅, 양자센싱, 양자이미징은 양자관원의 대표적인 활용 분야로 꼽힙니다. 하지만 김제형 교수는 양자광원이 궁극적으로 어디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일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여려 차례 강조했습니다. 레이저도 처음 개발됐을 때부터 광통신이나 의료기기, 산업용 가공 장비에 쓰일 것이라고 예상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레이저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뒤 수십 년에 걸쳐 새로운 활용처가 등장했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양자광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양자광원을 소형화하고 칩에 집적하며, 하나의 장치나 모듈로 만드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QUPID 연구실의 목표는 미래의 활용처를 미리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용이 탄생할 수 있도록 양자광원을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드는데 있습니다. 광자의 역설 광자는 주변 환경과 잘 상호작용하지 않습니다. 양자정보를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큰 장점입니다. 이동하는 동안 정보가 환경으로 쉽게 새어나가지 않아 양자상태를 비교적 잘 보존할 수 있고, 먼 거리까지 빠르게 정보를 운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광자를 이용한 많은 양자광학 실험을 상온에서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계산을 수행하려는 순간, 이 장점은 문제점으로 바뀝니다. 양자연산을 수행하려면 두 큐비트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광자 두 개는 마주쳐도 대부분 아무 일 없이 지나갑니다. 대신 광자의 간섭과 측정을 이용해 연산을 구현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연산이 매번 성공한다고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광자가 많아질수록 여러 단계가 모두 성공할 확률도 빠르게 낮아집니다. 결국 광자는 외부와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양자정보를 운반하기 좋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광자 간 직접적인 상호작용 기반의 연산이 어렵습니다. 이 역설은 광자 기반 양자정보처리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QUPID 연구실은 광자 생성과 광자 사이에 필요한 상호작용을 만들기 위해 '양자 방출체'를 이용합니다. 양자 방출체는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광자를 방출하는 아주 작은 물리계입니다. 에너지를 연속적으로 갖는 것이 아니라 계단처럼 구분된 에너지 준위를 갖기 때문에 종종 '인공 원자'에 비유됩니다. 특정 조건을 정밀하게 제어하면 광자를 한 번에 하나씩 방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고체 양자 방출체로는 양자점과 컬러센터가 있습니다. 양자점은 전자와 정공을 나노미터 크기의 공간에 가둔 반도체 구조로, 원자처럼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를 갖습니다. 컬러센터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결정에서 원자가 빠지거나 다른 원자가 들어가 새긴 국소적인 점결함입니다.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어 단일광자원이나 스핀 큐비트로 연구됩니다. 특히 양자방출체의 스핀 상태를 제어하면 방출되는 광자의 편광과 얽힘상태 구현이 가능하여 스핀 양자상태와 광자 양자상태 간 상호 작용이 가능해집니다. 아래 실험 장비 사진은 고자기장 환경에서 양자구조체의 스핀을 제어하고, 단일광자 측정을 수행하는 실험 시스템을 보여줍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고체 양자방출체의 스핀과 광자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고자기장, 극저온 양자광학 시스템 사진 단일 양자방출체에서 스핀-광자 상호작용 구현 뿐만 아니라 원거리에 떨어져있는 두 개의 양자방출체간 상호작용도 가능합니다. 이는 각 방출체에서 나온 광자 간 양자간섭 구현을 통해서 가능해집니다. 최근 QUPID 연구실은 원자 기반 양자광원을 연구하는 부산대 문한섭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인공원자(InAs 양자점)-Cs 원자에서 나온 광자들이 양자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지 검증했습니다.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나온 광자를 간섭시키려면 파장과 편광, 선폭, 시간적 파형 등의 특성이 거의 같아야 하는데 양 연구진은 고효율 단광자 생성과 파장 제어 기술을 통해 서로 다른 물리계에서 나온 광자 사이의 양자간섭을 성공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양자점은 광자를 잘 방출하는 양자 방출체이고, 원자 앙상블은 양자정보를 잘 저장할 수 있는 양자 방출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서로 다른 이점을 갖는 이종의 큐비트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양자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부산대 연구진의 세슘 원자 앙상블 광원과 UNIST 연구진의 양자점 단일광자원을 이용한 양자간섭 실험 구성. 양자점은 원형 브래그 격자 형태의 나노광학 공진기와 결합돼 있습니다. 두 광자는 빔분할기에서 만나 홍·오우·만델 간섭을 일으킵니다. 출처: K.-Y. Kim et al., Light Sci.Appl. 15, 320 (2026), Fig. 1, CC BY 4.0. 이미지 확대보기 양자점 광자와 세슘 원자 앙상블에서 발생한 광자 사이의 이광자 간섭 측정 결과. 두 광자의 방출 파장이 상이한 경우(왼쪽)는 편광에 따른 홍·오우·만델 간섭 패턴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반면, 두 광자의 방출 파장이 일치하는 경우(오른쪽) 편광에 따라 간섭패턴에 차이가 발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K.-Y. Kim et al. Light Sci.Appl. 15, 320 (2026), Fig. 4, CC BY 4.0. 양자컴퓨터의 미래, 더 크게보다 다르게 김제형 교수는 양자컴퓨터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하면서도, 현재의 기술을 단순히 확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는 신중하게 바라봤습니다. 최근 구글과 IBM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큐비트 수와 장비 성능이 빠르게 향상됐고, 양자화학을 비롯한 응용 연구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방식을 그대로 확장해 수천, 수만 개의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 큐비트 수의 증가가 곧바로 유용한 양자컴퓨터로 이어질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이를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역사를 비유로 들었습니다. 진공관 컴퓨터의 성능을 개선하던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초기에는 작은 돌맹이에 철사를 붙힌 것 같은 진광관 트랜지스터에 비해 매우 어설픈 형태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컴퓨터의 구조와 크기, 활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터도 현재 큐비트 플랫폼을 정교하게 개선하는 것을 넘어, 기술의 방향 자체를 바꿀 새로운 물리계나 연산 방식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레이저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광원이 등장했다고 모든 가로등과 실내조명이 레이저로 바뀌기 보다, 레이저만이 수행할 수 있는 통신과 의료, 정밀가공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양자컴퓨터의 미래 역시 고전컴퓨터가 이미 잘하는 일을 대신하기보다, 양자컴퓨터만이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실험 연구자가 되는 방법 새로운 양자광원과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양자컴퓨터의 '게임 체인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연구자가 필요할까요? 이에 대해 김제형 교수는 특정 과목이나 기술보다 먼저, 주변의 모든 현상을 관찰하고 배우려는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10m가량 떨어진 두 지점의 높이를 맞추던 작업자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작업자는 값비싼 레이저 수평계 대신 물을 채운 긴 호스를 이용해, 연결된 물의 높이가 같아지는 단순한 물리 원리를 활용했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실험 아이디어가 반드시 논문이나 전공 수업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기초과학이 중요한 이유 김제형 교수는 "인공지능과 첨단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많은 학생이 전공과 미래에 대해 불안하게 바라본다"며 "한 분야의 전문성만으로 충분한지 의문이 들고, 수십년 또는 수백 년 전에 정립된 물리학 이론을 배우는 일이 시대에 뒤처진 선택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오랫동안 유효한 기초지식의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최신 기술의 세부 지식은 불과 몇 년 만에 낡을 수 있지만, 고전역학과 전자기학, 양자역학, 열통계역학을 비롯한 물리학의 기본 원리는 여전히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토대"라고 말했습니다. 수학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역시 기술이 바뀌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김제형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라면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말라"라고 조언했습니다. 기초과학은 어렵지만 오랫동안 지속되는 가치와 깊이 있는 재미를 지닌 분야라는 것입니다. 연구의 실패를 견디는 내면의 단단함 인터뷰 말미, 김제형 교수는 연구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원 생활에는 무엇을 해도 풀리지 않는 시기가 찾아올 수 있으며, 이를 견디려면 자기 안의 단단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힘은 거창한 성공에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김제형 교수는 "과거 대학생 시절 매일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무전여행에 나서는 등 크고 작은 도전을 경험하며, 새로운 도전을 통과해가며 쌓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이 연구가 막힌 순간에도 다시 나아가게 하는 자기 신뢰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광자 하나를 제어하는 정밀한 기술 뒤에는 결국 답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연구자의 단단함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탐방연구실 : UNIST QUPID 연구실(김제형 교수)

글 작성 : QISCA 학생기자단 표재영(광운대학교), 김도겸(한양대학교), 전재민(고려대학교), 이성빈(서울대학교), 백원준(연세대학교)

광자에서 양자네트워크까지 빛으로 양자정보를 만들고, 읽고, 연결하는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

이미지 확대보기 KIST 임향택 박사님(좌), 이재학 박사님(우) 와 QISCA 학생기자단 하나의 고에너지 광자가 비선형 결정을 통과한다. 대부분은 별다른 변화 없이 지나가지만, 일부는 에너지가 더 낮은 두 광자로 변환된다. 자발매개하향변환(Spontaneous Parametric Down-Conversion, SPDC)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SPDC로 생성된 두 광자는 적절한 조건에서 양자얽힘을 형성한다. 서로 멀리 떨어진 뒤에도 각각의 상태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전체 양자상태로 다뤄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얽힌 광자는 양자컴퓨팅에서는 정보를 처리하는 자원이 되고, 양자통신에서는 먼 거리로 양자정보를 전달하며, 양자센싱에서는 여러 물리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활용된다.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의 연구는 바로 이 얽힌 광자에서 시작한다. 양자광학의 원리를 미래 기술로 임향택 박사가 이끄는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은 양자광을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기술을 연구한다. 비선형 결정에서 SPDC로 광자쌍을 생성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양자얽힘 상태를 구현한다. 연구 영역은 양자측정과 같은 기초 양자물리 문제부터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싱까지 이어진다. 연구실은 2019년 KIST 양자정보연구단에 설립됐으며, 현재 KIST 양자기술연구단에서 광자 양자정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임향택 박사는 연구실이 지향하는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연구실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양자광학과 양자정보의 새로운 원리를 탐구하고, 이를 미래 양자기술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양자컴퓨팅과 통신, 센싱은 언뜻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인다. 그러나 광자의 관점에서 보면 세 분야는 모두 고품질 양자상태를 만들고, 원하는 방식으로 조작하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에서 출발한다. 광자의 고차원 상태를 이용하면 양자계산을 수행할 수 있고, 얽힌 광자를 여러 측정 장치에 분배하면 양자센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 같은 광자를 장거리 광섬유로 전송하면 서로 떨어진 양자장치를 연결하는 양자통신 자원이 된다. 임향택 박사 연구실은 하나의 응용 분야에 집중하기보다, 얽힌 광자의 생성과 조작을 공통 기반으로 삼아 여러 양자기술을 연결하고 있다. 광자는 왜 중요한 양자 플랫폼인가 현재 양자기술에서는 초전도 회로, 이온 트랩, 중성원자, 반도체 스핀, 광자 등 다양한 물리 플랫폼이 연구되고 있다. 각 플랫폼은 서로 다른 장점과 한계를 가진다. 광자 플랫폼의 강점은 크게 상온 환경에서의 운용 가능성, 집적화 가능성, 장거리 전송 능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광자의 중요한 장점 가운데 하나는 양자정보를 담은 상태가 상온 환경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전도 큐비트는 극저온 환경을 필요로 하고, 이온이나 중성원자 시스템은 초고진공과 정밀한 포획·냉각 장치를 사용한다. 반면 광자의 편광이나 시간, 주파수, 공간 모드에 담긴 양자정보는 광학계와 광섬유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그렇다고 광자 기반 시스템 전체가 극저온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통신 파장대의 단일광자를 높은 효율로 측정하는 초전도 나노와이어 단일광자 검출기(SNSPD)는 극저온에서 동작한다. 광자의 위상과 편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도 높은 수준의 정밀 제어를 요구한다. 다만 정보를 운반하는 광자 자체가 일반적인 광섬유를 따라 장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양자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큰 강점이다. 또한 광자는 집적화 측면에서도 가능성을 가진다. 현재 양자광학 실험은 수 미터 크기의 광학 테이블 위에 비선형 결정, 렌즈, 거울, 빔 스플리터, 파장판, 변조기와 검출기를 배치해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을 집적광자칩 위에 구현하면 시스템의 크기를 줄이고 안정성과 재현성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양자광원과 광회로, 제어 소자와 검출기를 하나의 칩이나 연결 가능한 모듈로 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광자는 서로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양자시스템을 연결하기에 적합하다. 약 1.5μm의 광통신 파장대역의 광자는 광섬유 내에서 손실이 작아 기존 광통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광자는 하나의 양자컴퓨터 안에서 정보를 표현하는 물리계인 동시에, 서로 다른 양자컴퓨터와 센서를 잇는 통신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광자가 모든 역할을 혼자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향택 박사는 광자가 항상 이동한다는 점을 장점이자 한계로 설명했다. 광자는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적합하지만, 한 장소에 정보를 오래 보관하는 양자메모리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자나 이온, 고체 기반 물리계가 계산과 저장을 담당하고, 광자가 그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래 양자기술은 하나의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각 물리계가 잘하는 역할을 결합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광자는 서로 다른 양자시스템을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가 된다. 얽힌 광자를 만드는 SPDC 연구실의 다양한 실험은 SPDC로 생성한 광자쌍을 기반으로 한다. SPDC에서는 펌프 광자 하나가 비선형 결정과 상호작용해 에너지가 더 낮은 signal 광자와 idler 광자로 변환된다. 이 과정에서는 세 광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이 보존되어야 하는 위상정합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생성된 광자는 편광뿐 아니라 이동 경로, 생성 시간, 주파수, 공간 모드와 궤도각운동량 등 여러 자유도를 갖는다. 연구자는 어떤 자유도에 양자정보를 담을지에 따라 광학계를 구성할 수 있다. 하나의 자유도만 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여러 자유도를 동시에 얽은 초얽힘 상태도 구현할 수 있다. SPDC가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비교적 높은 품질의 얽힌 광자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SPDC는 원하는 순간마다 정확히 한 쌍의 광자를 만들어내는 결정론적 과정이 아니다. 대부분 펌프 펄스에서는 광자쌍이 생성되지 않고, 드물게는 두 쌍 이상의 광자가 동시에 생성될 수 있다. 소규모 원리 검증 실험에서는 광자가 성공적으로 생성된 경우만 선택해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광자 양자컴퓨팅에서는 많은 광자가 정해진 시점에 동시에 준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시간 구간에서 광자 생성을 반복하고,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광자를 원하는 시점에 모으는 시간 다중화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광자 양자정보 기술을 확장하려면 고품질 광자를 만드는 물리학뿐 아니라, 광자의 생성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고 필요한 광자를 선택·전달하는 광스위치와 전자제어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하나의 광자에 더 많은 정보를 담는 큐디트 이미지 확대보기 Figure 1. [1] 단일광자의 궤도각운동량(OAM)을 큐디트로 활용한 변분 양자 고유값 해결사(VQE)의 구성 일반적인 큐비트(qubit)는 두 개의 상태를 이용해 정보를 표현한다. 반면 큐디트(qudit)는 하나의 양자계에서 세 개 이상의 상태를 사용하는 고차원 양자정보 단위다. 광자는 큐디트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물리계다. 편광은 일반적으로 수평과 수직이라는 두 상태를 이용하지만, 광자의 궤도각운동량(Orbital Angular Momentum, OAM)은 여러 값을 가질 수 있다. 서로 다른 OAM 모드는 광자의 파면 구조가 다르며, 이를 구별해 하나의 광자에 여러 차원의 양자정보를 부호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단일광자의 OAM 상태를 이용한 광자 큐디트 연구를 수행한다. 2024년에는 OAM 큐디트를 활용한 변분 양자 고유값 계산기(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VQE)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연구팀은 H₂와 LiH 분자의 바닥상태 에너지를 각각 4차원과 16차원 광자 상태를 이용해 계산했으며, 오류 완화 과정 없이 화학적 정확도에 도달했다고 보고했다[1]. 기존 큐비트 방식에서는 분자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큐비트와 큐비트 사이의 연산이 필요하다. 큐디트 방식은 하나의 광자가 가진 고차원 상태공간을 활용해 필요한 물리 자원과 다광자 게이트를 줄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론 하나의 광자에 많은 정보를 담는다고 해서 대규모 양자컴퓨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차원 상태를 안정적으로 생성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조작하고,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실제 계산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실에서는 공간광변조기(Spatial Light Modulator, SLM)를 이용해 광자의 파면을 조절하고 OAM 상태를 생성·측정한다. OAM 큐디트를 연구하는 허강민 연구원은 일과의 상당 부분을 광학계를 정렬하고, 상태를 생성하며, 검출 결과를 확인하는 실험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광학 부품의 미세한 위치와 각도를 조절하고,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광경로와 장비 상태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고차원 정보를 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정확히 읽는 일이다. 연구팀은 2026년 《Physical Review A》에 광자의 OAM에 부호화된 비대칭 큐디트 상태를 최적으로 구별하는 측정 연구를 발표했다[2]. 연구에서 사용된 비모호 상태 판별은 측정이 성공한 경우에는 상태를 잘못 판별하지 않지만, 일부 시행에서는 상태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조건에서 판별 성공 확률을 최대로 만드는 측정을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이 연구는 큐디트에 많은 정보를 담는 가능성을 실제 양자정보처리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태의 생성뿐 아니라 효율적인 판독 기술도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러 센서를 하나의 거대한 센서처럼 이미지 확대보기 Figure 2. [3] 다중 모드 N00N 상태를 이용해 여러 위상 파라미터를 동시에 추정하는 실험 구성 또 다른 핵심 연구 분야는 양자센싱이다. 센싱은 외부 환경의 위상, 시간, 자기장, 중력장과 같은 물리량을 측정하는 과정이다. 고전적인 광원을 이용한 측정은 광자수의 통계적 변동 때문에 정밀도에 한계를 갖는다. 반면 얽힘과 같은 양자적 성질을 이용하면 특정한 조건에서 고전적 자원만으로 가능한 측정 정밀도를 넘어설 수 있다. 기존 양자센싱 연구는 하나의 물리량을 더 정밀하게 측정하는 문제에 주로 집중했다. 그러나 실제 자연현상이나 공학 시스템에서는 여러 물리량을 동시에 측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위치의 여러 물리량을 하나의 장치에서 함께 측정하는 것이 다중 파라미터 추정이라면, 서로 떨어진 위치의 물리량을 여러 센서로 측정하는 것이 분산형 양자센싱이다. 임향택 박사는 분산형 양자센싱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러 개의 센서가 양자얽힘으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센서처럼 동작하는 것이 분산형 양자센싱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연구팀은 다중 모드 N00N 상태를 이용해 여러 위상 파라미터를 동시에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공식 연구 페이지에는 네 개의 광학 모드에 분포한 N00N 상태로 세 개의 위상 파라미터를 동시에 추정한 연구와, 이를 떨어진 센서 노드로 확장한 분산형 양자센싱 연구가 소개돼 있다. 2024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두 개의 얽힌 광자를 네 개의 센서 노드에 분배하고, 각 노드를 중심 노드와 3km 길이의 광섬유로 연결해 네 개 위상의 평균을 추정했다. 연구팀은 광자 수보다 많은 수의 파라미터를 측정하면서 표준양자한계보다 2.2dB 향상된 민감도를 확인했다[4]. 기존 분산형 양자센싱에서는 측정할 파라미터가 많아질수록 그에 대응하는 다광자 얽힘 상태가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다광자 얽힘 상태는 광자 수가 증가할수록 생성하기 어려워진다. 이 연구는 두 광자만으로 네 개의 분산된 위상 정보를 측정함으로써, 제한된 광자 자원으로 센서 네트워크를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양자센싱을 연구하는 김동현 연구원은 N00N 상태와 Bell 상태, GHZ 상태 등 여러 얽힘 상태를 생성하고 이를 센싱과 광자 분배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의 목적은 복잡한 양자상태를 만드는 데만 있지 않았다. 생성된 상태가 실제 측정에서 어떤 정밀도 이점을 제공하는지 확인하고, 손실이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그 이점이 유지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했다. 분산형 양자센싱은 장기적으로 떨어진 정밀 시계의 비교와 시간 동기화, 위치·항법, 중력장 측정과 정밀 이미징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여러 지역에 분산된 양자처리장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용하려면 노드 사이의 시간과 환경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분산 센싱은 양자네트워크와 분산형 양자컴퓨팅을 지원하는 기반기술로도 주목받는다. 다만 이러한 활용은 대부분 장기적인 가능성이다. 현재 연구의 중요한 질문은 얽힘을 공유한 센서들이 어떤 조건에서 양자적 이점을 얻는지, 그리고 광손실과 검출 오류가 있는 실제 환경에서도 그 이점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밝히는 데 있다. 실험실의 얽힘을 실제 광통신망으로 이미지 확대보기 Figure 3. [6] 780nm 펌프 레이저를 이용해 1,560nm 통신 파장대의 편광 얽힘 광자를 생성하는 Sagnac 간섭계 기반 광원과 측정 결과 얽힌 광자를 실험실 밖으로 전송하려면 파장 선택이 중요하다. 초기 광자 양자정보 실험에서는 실리콘 기반 단일광자 검출기의 감도가 높은 700~800nm대 광자가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 파장대는 광섬유에서 손실이 상대적으로 커 장거리 네트워크에 불리하다. 약 1,550nm의 통신 파장대는 기존 광통신망에서 손실이 작은 영역이다. 통신 파장대에서 높은 효율을 갖는 단일광자 검출기가 발전하면서, 광자 양자정보 실험도 수십 km 이상의 전송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임향택 박사는 앞으로 양자통신 연구에서 실험실 내부의 광섬유를 넘어 실제 상용 광통신망을 이용한 실증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780nm 펌프 레이저를 이용해 1,560nm 통신 파장대의 편광 얽힘 광자를 생성하는 광원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통신 파장대 4광자 GHZ 상태의 생성과 상용 광섬유망 연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성공한 전송 기술을 실제 통신망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험실에서는 광섬유의 길이와 온도, 장비 상태를 연구자가 통제할 수 있다. 반면 지하에 매설된 상용 광섬유는 기온과 습도, 낮과 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광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편광과 위상이 계속 변할 수 있다. 임향택 박사는 실제 네트워크에서는 양자신호와 함께 별도의 기준 신호를 보내고, 광자의 편광과 위상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보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실에서도 이러한 상용망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상하는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연구의 질문은 이제 얽힘 광자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연구자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실제 광통신 환경에서도 얽힘을 안정적으로 분배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광학 테이블을 칩과 모듈로 광자 양자정보 기술이 실제 장치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실험실의 광학계를 소형화하고 안정화해야 한다. 임향택 박사는 광자 양자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 과제로 소자화와 모듈화를 꼽았다. 광학 테이블은 새로운 원리와 실험 구조를 검증하기에 적합하다. 연구자는 거울과 렌즈의 위치를 직접 바꾸고, 필요한 부품을 추가해 다양한 실험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중계기나 양자센서, 양자네트워크 장치로 활용하려면 매번 연구자가 광경로를 다시 정렬해서는 안 된다. 양자광원을 만들고, 상태를 조작하고, 측정하는 기능이 하나의 안정적인 칩이나 장치로 통합돼야 한다. 소자화는 단순히 장비의 크기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칩 내부의 광손실, 제작 오차, 광섬유와 칩 사이의 결합 효율, 위상 안정성과 검출기·전자제어 시스템의 연결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양자광학뿐 아니라 집적광학, 반도체 공정, 전자공학과 제어기술이 모두 필요한 영역이다. 광원과 검출기도 발전해야 한다. SPDC는 고품질 얽힘 광자를 생성할 수 있지만 생성 시점이 확률적이다. 널리 사용되는 단일광자 검출기는 광자의 존재를 높은 효율로 확인할 수 있지만, 한 번에 들어온 광자가 한 개인지 두 개인지 여러 개인지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규모 광자 양자컴퓨팅에서는 필요한 순간에 정해진 수의 광자가 공급돼야 하며, 측정 단계에서는 도착한 광자 수도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 다중화 광원과 빠른 광자수 분해 검출기, 저손실 집적광회로의 개발은 광자 양자정보 기술을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만들어진 양자정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미지 확대보기 Figure 4. [5,7] 보손 cat code와 단일광자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큐비트와 외부 위상학적 오류정정 코드의 결합 개념 광자 수가 많아지고 회로가 복잡해질수록 광손실과 불완전한 간섭, 검출 오류가 누적된다. 광자를 만들고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어렵다. 계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검출하고 바로잡는 양자오류정정이 필요하다. KIST 양자기술연구단에서 양자정보 이론을 연구하는 이재학 박사는 현재 광 기반 양자컴퓨팅을 위한 양자오류정정을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고 있다. 아직 대규모 오류정정 실험을 구현하기 어려운 단계에서도 어떤 코드를 사용하고, 이를 실제 광학 하드웨어에 어떻게 적용할지 미리 연구해야 향후 실험의 로드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학 박사 연구실은 연속변수 양자정보와 비고전성, 비가우시안성, 보손 양자오류정정을 연구한다. 빛의 한 진동 모드는 원칙적으로 무한차원 상태공간을 가진다. 보손 오류정정은 이 넓은 공간 안에 논리정보를 부호화해 광자 손실이나 작은 상태 변화가 발생했을 때 오류를 감지하고 복구하는 방식이다. 공식 연구 페이지에는 cat code와 GKP code, 하이브리드 큐비트를 이용한 결함허용 양자계산이 주요 연구 분야로 소개돼 있다. Cat code는 coherent state들의 중첩과 광자수의 홀짝성을 이용한다. 특정한 방식으로 상태를 부호화하면 광자 한 개가 손실됐을 때 광자수의 홀짝성이 바뀐다. 논리정보 자체를 직접 읽지 않고 홀짝성의 변화만 측정해도 손실 발생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GKP code는 연속변수 위상공간에 격자 형태로 논리상태를 부호화한다. 잡음으로 상태가 원래 격자 위치에서 조금 이동하면 그 이동량을 측정하고 가장 가까운 정상 위치로 되돌린다. 다만 이상적인 GKP 상태는 무한한 에너지와 무한히 날카로운 격자 구조를 요구하므로 실제로는 유한한 품질의 근사 상태만 만들 수 있다. 이재학 박사는 2024년 cat code와 단일광자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큐비트 기반의 결함허용 양자계산 연구에 참여했다. 이 구조에서는 연속변수 부분의 cat code가 지배적인 광손실 오류에 대응하고, 이산변수 부분의 단일광자가 서로 직교하는 논리 기저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이 하이브리드 큐비트를 외부 양자오류정정 코드와 결합하는 구조도 함께 분석했다[5]. 이론과 실험은 서로 분리된 단계가 아니다. 실험은 어떤 광원과 상태, 연산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론은 그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어떤 오류정정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분석하고, 앞으로 실험적으로 개선해야 할 광원·측정·회로의 조건을 제시한다. 광학 테이블 앞에서 보내는 하루 이미지 확대보기 Figure 5. 얽힌 광자의 생성·조작·측정을 위해 구성된 양자광학 실험 장치. (사진: 학생기자단) 연구실의 연구는 완성된 장비를 작동시키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다. 광학 실험에서는 광자의 경로와 편광, 도착 시간과 공간 모드가 정밀하게 맞아야 한다. 거울이나 렌즈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간섭이 약해질 수 있고, 온도 변화와 미세한 진동도 상태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 OAM 큐디트를 연구하는 허강민 연구원은 업무시간 대부분을 실험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SLM을 이용해 OAM 상태를 만들고, 광학계를 정렬하며, 검출 데이터를 수집한다. 실험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구매하고 관리하는 일도 연구의 일부다. 이론 공부와 논문 검토는 실험과 함께 지속된다. 연구실에서 양자센싱 실험을 수행해 온 김동현 연구원은 후배 연구원의 실험 방향을 검토하고, 장비 사용법과 문제 해결 경험을 전하며 연구실의 기술과 노하우를 인계하고 있었다. 광학 실험에는 매뉴얼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경험이 많다. 신호가 나오지 않을 때 어느 장비부터 점검해야 하는지, 간섭이 약해졌을 때 광원의 문제인지 광경로의 문제인지, 측정값의 변화가 실제 물리현상인지 장비의 불안정성인지 구분하는 능력은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통해 쌓인다. 선배 연구원이 축적한 경험이 후배에게 전달되면서 개인의 기술은 연구실 전체의 역량으로 남는다. ‘양자’라는 이름에 겁먹지 않기를 양자광학 연구를 준비하는 학부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다. 임향택 박사는 양자역학과 광학, 선형대수학을 우선적으로 공부할 것을 권했다. 학부 양자역학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고 에너지 고유값과 고유상태를 구하는 문제가 중심이 된다. 양자정보에서는 여기에 더해 상태벡터와 밀도행렬, 유니터리 연산, 측정 연산자와 측정 확률을 이용해 정보처리 과정을 표현한다. 광학 실험을 수행하려면 편광과 간섭, 빔 스플리터와 파장판의 동작 원리도 이해해야 한다. Python은 실험과 이론 양쪽에서 중요한 도구다. 실험실에서는 장비 제어와 데이터 수집·분석, 그래프 작성에 사용하고, 이론 연구에서는 양자상태와 오류 모델을 계산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데 활용한다. 이재학 박사 연구실의 학부 인턴은 QuTiP을 이용해 여러 연속변수 양자상태를 계산하고 기존 연구의 프로토콜을 재현하는 과정부터 연구를 시작한다. 가능하다면 학부 연구생이나 인턴으로 실제 연구실을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향택 박사 연구실의 학부 인턴은 학생의 배경과 참여 기간에 따라 Python을 이용한 장비 제어, SPDC 광원 실험, Hong–Ou–Mandel 간섭, 얽힘 상태 생성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인턴십은 연구실이 학생의 역량을 확인하는 과정인 동시에, 학생이 광학 실험과 대학원 생활이 자신에게 맞는지를 판단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임향택 박사는 양자 분야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생들이 ‘양자’라는 단어 자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양자역학은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미시 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초 개념부터 차근차근 공부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자기술은 쉬운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아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양자역학과 광학, 선형대수와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쌓고, 실제 문제를 경험하며, 예상과 다른 결과 앞에서 계속 질문하는 과정이 연구자를 만든다. 하나의 광자에서 시작되는 연결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의 연구는 얽힌 광자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SPDC를 이용해 광자쌍을 만들고, OAM 큐디트에 고차원 정보를 담아 읽는다. 얽힌 광자를 여러 센서 노드와 통신망에 분배해 떨어진 시스템을 연결한다. 그 과정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SPDC 광원은 확률적으로 작동해 필요한 수의 광자를 원하는 순간에 제공하기 어렵다. 광학 테이블 위에 구현된 기능을 안정적인 칩과 모듈로 옮겨야 하며, 실제 광통신망에서 발생하는 편광과 위상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보정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비선형 결정에서 생성된 광자쌍은 광학 테이블 위에서 고차원 양자정보가 되고, 여러 센서에 분배되며, 광섬유를 따라 먼 노드로 전달된다. 광자에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이를 더 정확히 읽으며, 실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달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나의 광자에서 출발해 양자컴퓨팅과 양자센싱, 양자네트워크로 확장되는 길. 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은 빛이 미래 양자기술의 정보 단위이자 서로 다른 양자시스템을 잇는 연결망이 될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참고문헌 1.B. Kim, K.-M. Hu, M.-H. Sohn, Y. Kim, Y.-S. Kim, S.-W. Lee, and H.-T. Lim, “Qudit-based 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 using photonic orbital angular momentum states,” Science Advances 10, eado3472 (2024). DOI: 10.1126/sciadv.ado3472. 2.K.-M. Hu, M. Namkung, M.-H. Sohn, and H.-T. Lim, “Experimental demonstration of optimal measurement for unambiguously discriminating asymmetric qudit states,” Physical Review A 113, 032417 (2026). DOI: 10.1103/lkzr-2439. 3.S. Hong, J. ur Rehman, Y.-S. Kim, Y.-W. Cho, S.-W. Lee, H. Jung, M. Sung, S.-W. Han, and H.-T. Lim, “Quantum enhanced multiple-phase estimation with multi-mode N00N states,” Nature Communications 12, 5211 (2021). DOI: 10.1038/s41467-021-25451-4. 4.D.-H. Kim, S. Hong, Y.-S. Kim, Y. Kim, S.-W. Lee, R. C. Pooser, K. Oh, S.-Y. Lee, C. Lee, and H.-T. Lim, “Distributed quantum sensing of multiple phases with fewer photons,” Nature Communications 15, 266 (2024). DOI: 10.1038/s41467-023-44204-z. 5.J. Lee, N. Kang, S.-H. Lee, H. Jeong, L. Jiang, and S.-W. Lee, “Fault-Tolerant Quantum Computation by Hybrid Qubits with Bosonic Cat Code and Single Photons,” PRX Quantum 5, 030322 (2024). DOI: 10.1103/PRXQuantum.5.030322. 6.KIST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 “Research,” https://sites.google.com/site/forestht/research 7.KIST Quantum Information Theory Group, “Research,” https://sites.google.com/view/jhleekist/research

탐방연구실 : KIST 양자기술연구단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연구실(임향택 박사)

글 작성 : QISCA 학생기자단 김도겸(한양대학교)/ 백원준(연세대학교)/ 전재민(고려대학교) / 표재영(광운대학교)

“양자물리학을 양자정보의 언어로 다시 읽다”

2026년 5월 21일, QISCA 학생기자단은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 연구실을 방문했다. 이번 탐방은 양자물리학의 근본 개념이 어떻게 양자정보 연구로 이어지고, 나아가 실제 양자컴퓨팅 기술과 양자 알고리즘으로 확장되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연구실 방문 과정에서 이진형 교수와 대학원생들은 양자컴퓨팅의 이론적 기반부터 실제 연구 현장에서 다루는 문제까지 폭넓게 설명해주었다. 전문적인 연구 내용을 다루는 자리였지만, 이진형 교수는 어려운 개념을 유머와 비유를 섞어 설명하며 학생기자단이 양자정보 연구의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양자컴퓨팅은 단순히 계산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양자역학이 품고 있는 낯선 가능성을 계산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고전 컴퓨터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앞에서, 양자컴퓨팅은 새로운 길을 찾는다. 이를 위해서는 양자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연구와 실제 물리계에서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다루는 연구가 함께 필요하다.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를 양자정보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이를 실제 양자 알고리즘과 양자기술로 연결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양자역학을 정보·계산·측정의 언어로 해석하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의 큰 연구 방향은 양자물리학을 양자정보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는 데 있다. 연구실은 양자역학의 근본 현상을 단순히 물리적 현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 그 정보를 계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측정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함께 탐구한다. 그중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양자 맥락성이다. 양자 맥락성은 양자계의 측정 결과가 대상이 미리 가지고 있던 고정된 성질을 단순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측정 맥락에서 관측하느냐에 따라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이는 고전물리학적 직관과 구별되는 양자역학의 핵심적 특징 중 하나이며, 양자정보 처리와 양자계산의 이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고전적인 세계에서는 사물의 성질이 관측과 무관하게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양자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관측은 단순한 확인 행위가 아니라, 양자계와 상호작용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된다. 이처럼 양자역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측정하는가”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는가”까지 묻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 현상을 순수한 이론적 탐구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양자 상태의 측정, 양자 알고리즘의 효율성, 양자 시뮬레이션의 구현 가능성 등 실제 양자기술과 연결되는 문제를 함께 연구한다. 다시 말해, 연구실의 목표는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정보 처리와 계산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리드버그 원자로 복잡한 양자계를 시뮬레이션하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의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는 리드버그 중성원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양자 시뮬레이션이다. 양자 시뮬레이션은 고전 컴퓨터로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복잡한 양자계를, 제어 가능한 다른 양자계로 모사하려는 접근이다. 자연의 복잡한 양자 현상을 다시 양자계 위에 올려놓고, 그 움직임을 읽어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분자나 물질의 양자적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원자와 전자가 서로 얽히고 상호작용하는 세계에서는 단순한 계산만으로는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양자컴퓨터와 양자 시뮬레이터는 화학, 물질과학, 신약 개발 등에서 중요한 응용 가능성을 가진다. 리드버그 원자 기반 양자 시뮬레이션은 원자를 일시적으로 높은 에너지 상태인 리드버그 상태로 여기시킨 뒤, 이때 발생하는 원자들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특성은 여러 입자가 얽혀 있는 복잡한 양자계를 모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마치 복잡한 자연의 악보를 다른 악기로 다시 연주하듯, 리드버그 원자는 분자와 물질의 양자적 구조를 재현하는 하나의 무대가 된다. 현재 연구실은 중성원자 플랫폼에서 분자 시뮬레이션을 실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해밀토니안을 설계하고, 해당 해밀토니안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제 분자 시스템의 물리적 성질을 양자컴퓨터 위에서 재현하기 위해 어떤 상호작용 구조와 에너지 조건이 필요한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시스템의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 즉 기저 상태를 찾는 일이다. 분자의 안정한 구조나 물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스템의 에너지 고윳값, 특히 가장 작은 고윳값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실은 이러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는 향후 양자컴퓨터가 화학, 물질과학, 신약 개발 등 복잡한 계산 문제에 활용될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이미지 확대보기 그림 출처: Paul M. Schindler and Marin Bukov/PRL. 133, 123402(2024) 이미지 확대보기 그림 출처: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님 연구실 소개 발표 자료 중 고전컴퓨터가 흉내 낼 수 없는 양자 이점을 찾아서 양자 알고리즘 연구의 핵심 질문은 “이 알고리즘이 정말로 고전컴퓨터보다 우월한가?”이다. 양자컴퓨터에서 실행된다고 해서 모든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양자 이점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일부 양자회로는 고전컴퓨터로도 효율적으로 모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Gottesman-Knill 정리이다. 이 정리는 특정한 종류의 양자회로가 고전 알고리즘으로 효율적으로 시뮬레이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양자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언제나 고전컴퓨터를 뛰어넘는 계산 이점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이러한 관점에서 어떤 양자 알고리즘이 고전컴퓨터로 흉내 낼 수 있는지, 반대로 어떤 알고리즘이 고전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모사될 수 없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양자 알고리즘의 이점이 단순히 회로의 형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양자적 자원과 구조에서 비롯되는지를 밝히는 것이 목표이다. 이러한 연구는 양자컴퓨터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아직 오류와 노이즈가 크고, 사용할 수 있는 큐비트 수와 회로 깊이에도 제한이 있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서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고전컴퓨터보다 유리한지 판단하는 연구는 양자기술의 발전 방향을 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즉, 지금 쓸 수 있는 제한된 양자 자원으로도 최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실용적 알고리즘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변분 양자 알고리즘으로 분자의 바닥 상태를 찾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이러한 실용적 접근의 최전선에 있는 변분 양자 알고리즘의 하나인 VQE(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도 연구하고 있다. VQE는 양자컴퓨터와 고전컴퓨터를 함께 활용해 물리계의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인 바닥 상태를 찾는 알고리즘으로, 양자 알고리즘의 대표적인 응용 사례로 꼽힌다. 분자의 안정성과 화학적 성질을 이해하려면 바닥 상태를 알아야 한다. 바닥 상태를 효율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면 신약 후보물질이나 수소연료전지 촉매 후보 물질의 특성을 탐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기존 VQE는 바닥 상태를 정확히 찾기 위해 많은 측정을 반복해야 하는 장벽이 있다. 연구실은 베이지안 방법을 접목하여 측정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베이지안 방법이란 측정 결과가 주어질 때마다 기존의 확률분포를 업데이트하며 더 정확한 추정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연구실은 이 기법을 통해 양자 측정을 최소화함으로써, 제한된 양자 자원으로도 원하는 바닥 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양자컴퓨터가 실험실을 넘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지 확대보기 그림 출처: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님 연구실 소개 발표 자료 중 정밀 측정과 QPE, 양자 상태를 더 효율적으로 읽어내는 방법 이처럼 알고리즘의 매개변수를 잘 조율하는 것만큼이나, 계산된 양자 상태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읽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양자기술을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양자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측정하는 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양자 상태는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작은 노이즈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양자 세계의 정보는 섬세한 파동처럼 존재하며, 잘못 건드리면 쉽게 흐트러진다. 따라서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많은 큐비트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양자 상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 위상 추정 알고리즘, 즉 QPE의 회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QPE는 양자계의 고유한 위상 정보를 추정하는 중요한 알고리즘으로, 양자화학 계산, 양자 시뮬레이션, 양자 메트롤로지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된다. 그러나 높은 정밀도를 얻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깊은 양자회로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그림 출처: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님 연구실 소개 발표 자료 중 연구실은 앞선 VQE 연구와 비슷하게,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지안 방법을 활용하는 접근을 탐구하고 있다. 무작정 양자회로를 깊게 만드는 대신, 매 측정 단계마다 고전적인 베이지안 추론을 결합하여 더 적은 측정과 더 얕은 회로 깊이로도 원하는 정밀도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노이즈가 큰 현재의 양자컴퓨터 환경에서 특히 중요한 접근이다. 양자회로의 깊이가 길어질수록 오류가 누적되기 쉽기 때문에, 회로 자원을 줄이면서도 정밀한 결과를 얻는 방법은 실용적인 양자기술 구현에 핵심적인 의미를 가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한된 양자 자원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이다. 한양양자연구원과 양자컴퓨팅센터의 역할 이미지 확대보기 그림 출처: 한양양자연구원(HY-IQQ) 홈페이지 내 양자컴퓨팅 센터 소개 이진형 교수는 한양양자연구원 내 여러 연구센터 중 양자컴퓨팅센터장를 맡고 있다. 한양양자연구원은 한양대학교 내 양자기술 연구 역량을 모으고, 양자컴퓨팅, 양자정보, 양자센싱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센터의 목표는 단순히 양자컴퓨터 자체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양자컴퓨터를 어떻게 응용하고, 어떤 문제에 활용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알고리즘과 이론적 기반은 무엇인지를 함께 탐구하는 데 있다. 초기에는 범용 양자컴퓨터가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 동향을 보면 예상보다 빠르게 범용 양자컴퓨터에 가까운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실은 양자컴퓨터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 필요한 오류 정정, 오류 내성, 효율적인 양자 알고리즘, 정밀 측정 방법론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컴퓨팅을 하나의 독립된 기술로만 보지 않는다. 양자물리학, 정보이론, 알고리즘, 측정 기술, 공학적 구현이 함께 맞물려야 하는 종합적인 연구 분야로 바라보고 있다. 양자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태도 이번 탐방에서 이진형 교수와 대학원생들은 양자기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근본적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시대일수록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와 논리로 기술이 구현되는지,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양자 분야에서는 선형대수, 확률, 양자역학, 벨 정리와 같은 기초 개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기반이 있어야 양자정보, 양자컴퓨팅, 양자 알고리즘 등 더 깊은 주제로 나아갈 수 있다.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내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이해하는 태도이다. 또한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 “이 문제가 정말 필요한가?”, “왜 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를 스스로 묻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는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데 핵심적인 태도이다. 양자기술은 물리학만으로 완성되는 분야가 아니다.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수학, 재료과학, 제어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 종합 기술이다. 따라서 양자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물리학적 이해뿐 아니라 공학적 관점과 협업 능력도 필요하다. 아직 양자기술은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와 도전 과제가 많다. 이는 동시에 학생 연구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자정보 연구의 현재와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 이번 한양대학교 이진형 교수 연구실 탐방은 양자정보 연구가 단순히 계산 속도의 향상을 목표로 하는 분야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와 실제 기술 응용을 함께 탐구하는 분야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은 양자 맥락성, 양자 알고리즘의 이점 분석, 리드버그 양자 시뮬레이션, 양자 위상 추정과 정밀 측정 연구 등을 통해 양자기술의 이론적 기반과 실용적 가능성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양자물리학을 정보와 계산의 언어로 다시 읽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QISCA 학생기자단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양자기술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초 역량과 연구자로서의 태도, 그리고 앞으로 양자 분야가 발전해 나갈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구체적인 문제와 실험 가능한 구조 속에서 탐색하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진형 교수 연구실의 연구는 바로 그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탐방연구실 : 한양대학교 양자정보 연구실(이진형 교수)

글 작성 : QISCA 학생기자단 : 백원준(연세대학교) / 전재민(고려대학교) / 표재영(광운대학교) / 김도겸(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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